美, 이례적 대북 경고…“북한 남북채널 단절 조치는 실망”

국무부 “북, 최근 행보에 실망”…북한의 대미 압박용 인식 반영된듯
미 대선앞 ‘북한발 악재’ 상황관리 목적도…도발엔 강력대응 꾸준히 경고

북한이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밝힌 지난 9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남한 대성동 마을의 태극기와 북한 기정동 마을의 인공기가 흐릿하게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 통신 연락 채널 단절 조치를 강행한 것에 미국이 이례적으로 경고했다.

북한의 대남 강경 행보는 한국만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담겼다는 인식에서 나온 반응으로 풀이된다.

9일(현시지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과의 브리핑에서 남북 연락채널 차단과 관련해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국무부가 채널 단절이 위협 상태로만 있던 전날만 해도 “남북한 협력 지지”, “비핵화 진전에 발맞춘 남북 간 협력”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에서 돌아서 강경한 입장표명이라 주목된다.

미 국무부가 논평에서 북한에 대해 ‘실망’이란 표현을 쓴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이 표현은 작년 말 북한이 ‘성탄절 선물’ 운운하며 대미 도발 엄포를 놨을 때 주로 등장했었다. 당시는 한의 도발을 가정해 한 말이었다면 이날 입장은 실제 북한의 행위에 대해 ‘실망’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시차가 있긴 하지만 북한이 한국 시간으로 9일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한 당일 국무부가 반응을 냈다는 점도 미국의 상황 인식을 드러낸 대목이다.

북한의 조치가 외견상 대북전단 문제와 관련해 한국을 향해 이뤄진 것이지만, 이면에는 미국을 향한 압박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인식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는 핵전쟁 억제력 강화 방침 등이 제시됐다. 당시 북한은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북한이 실제 행동에 나선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자랑해온 북한의 핵·ICBM 실험 중단을 허무는 것이기도 하다.

또 북한 변수가 미국 대선판의 악재가 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 /AFP연합뉴스

더욱이 북한의 강경 행보는 공교롭게도 2018년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첫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날의 2주년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재선을 노리며 북한이 대선 악재가 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주력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극적 돌파구를 마련할 여건이 되지 못한다는 현실인식 하에 북한이 재선 가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도발 행위를 막는 쪽에 방점을 둔 결과라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최대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이 협상 판을 깨거나 실제 대미 도발에 나설 경우 강력 대응 방침을 꾸준히 경고하고 있다.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지난달 24일 “북한이 훌륭한 경제를 갖기 원한다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무부는 지난달 북한의 제재 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해상 제재 주의보’를 발령하고, 법무부는 28명의 북한인을 25억달러 돈세탁 관여 혐의 등으로 기소하는 등 제재의 고삐도 죄고 있다. 그러면서 국무부는 압박과 함께 유연한 태도도 보였다. 이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하며 “우리는 북한과 관여하는 노력에 있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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