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로리에서 공장 안 저장탱크로 유해화학물질을 옮기는 작업을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이 굉장히 한정돼 있었습니다. 개정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 지난 5월부터 시행되면서 지금은 훨씬 더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있죠.”

10일 찾은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이 있는 M15 건물 뒤에서는 24톤짜리 거대한 탱크로리에 담긴 고순도 황산을 건물 안 저장탱크로 옮기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제조용 웨이퍼(Wafer)를 세척하는 데 쓰이는 대표적 유해화학물질이다. 인체에 치명적인 만큼 화관법은 황산과 같은 유해화학물질을 옮겨 담을 때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만 이를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은 황산 말고도 불산·암모니아수·질초산 등 29종의 유해화학물질을 연간 9만5,131톤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계에서는 관리자가 한정돼 있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청주사업장만 하더라도 하루에 5~6대의 탱크로리 차량이 들어오는데 지정된 관리자 15명만이 작업을 감독할 수 있었다. 장인락 SK하이닉스 가스케미칼팀 기정은 “한꺼번에 차량이 밀려 들어올 때가 있는데, 이때 관리자가 한꺼번에 여러 작업을 다 볼 수 없도록 돼 있어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작업을 한 번 하는데 2시간30분가량 걸린다”고 말했다. 유해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순번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비효율이 심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유해화학물질 상하차 시 입회 자격이 있는 사람은 3만3,654명뿐이다.

환경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고자 안전교육 이수자도 관리할 수 있도록 화관법을 고쳤고 5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송용권 환경부 화학안전과장은 “업계와 지속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현장방문을 해 폭넓게 의견수렴을 했다”고 설명했다. 혹여나 유해화학물질 관리 수준이 낮아지지 않도록 안전교육 이수자라고 하더라도 기존 관리자로부터 지정을 받아야 작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했다. 2년마다 16시간씩 교육도 받아야 한다.

환경부는 화관법으로 인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화학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주변에 미치는 영향 시나리오를 담아 제출해야 하는 장외영향평가서와 비상대응 매뉴얼을 담은 위해관리계획서도 화학사고 예방관리계획서로 통합했다. 각각 30일씩 총 60일이 걸리는 심사 기간도 30일로 단축됐고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도 절반으로 줄었다.

/청주=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