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년간 300개 땅 1,800억치 팔았는데 재매각은 3개뿐…공유지분 판매 논란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단지 모양으로 필지를 분할한 다음 공유지분을 매각한 충남 당진 송산면 유곡리 212-74 일대./자료제공=부동산실거래가플랫폼 밸류맵

대구의 한 토지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상가·주택단지 형태로 분할한 필지의 공유지분을 약 900억원어치 팔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ㅇㅇ건설’이라는 사명의 법인을 여럿 두고 있는 이 업체는 지난 2012년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부지 15곳을 만들어 총 173개 필지에서 1,961건의 공유지분을 판매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해당 부지의 필지가 재매각된 사례는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가 판매한 일반 필지까지 확대해도 300여개 필지 중 3개가 재매각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해당 업체의 일부 고객과 전직 직원들에게서 “회사가 1~3년 안에 2~4배의 가격으로 되팔린다고 설명해서 매수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와 논란이다. 업체 측은 “판매 과정에서 매도 가능 시기를 언급한 바가 없으며 고객들에 대한 사후 관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어떻게 쪼개 팔았나
11일 서울경제가 박홍근 더불어 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의 판매 토지 목록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이후 1,756억원치의 필지가 판매됐다. 눈에 띄는 점은 이중 절반 이상인 911억원어치를 상가·전원주택단지처럼 분할한 토지를 팔았다는 것이다. 대형 필지를 사들인 다음 중앙에 도로를 내고 인접한 필지를 10개 내외로 분할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업체는 각 필지의 공유지분과 도로 공유지분을 묶어서 여러 명에게 다시 한번 쪼개 팔았다.

부동산 실거래가 플랫폼 ‘밸류맵’에 이 업체가 지난해 4월 판매한 충남 당진시 송산면 유곡리의 212-74 일대 부지 분석을 의뢰한 결과 판매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해당 업체는 2018년 12월 유곡리 212-24, 212-62 필지를 매입했다. 매입과 동시에 212-24 필지는 12개로, 212-62 필지는 4개로 나눴다. 필지가 나뉜 형태를 보면 212-24에서 분할된 212-74가 도로 형태를 띄고 나머지는 필지들은 사각형이나 삼각형 형태다.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단지 모양으로 필지를 분할한 다음 공유지분을 매각한 충남 당진 송산면 유곡리 212-74 일대 필지별 판매 내역./자료제공=부동산실거래가플랫폼 밸류맵

해당 업체는 지난해 1월부터 각 필지의 공유지분을 판매했다. 이때 도로 모양인 212-74의 공유지분도 묶어 팔았다. 예컨대 212-24 154㎡와 212-74 11.5㎡를 한번에 묶어 판매하는 식이다. 이들은 도로를 제외한 총 14개 필지(15개 중 2개 필지는 나중에 합필)의 공유지분을 총 180명에게 팔았다. 필지 중 공유지분 판매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70건, 가장 적은 곳은 3건이다.

가격을 보면 필지별로 3.3㎡당 358~373만원가량에 팔았다. 이 업체가 앞서 212-24·64번지 두 필지를 매입한 3.3㎡당 91만원의 약 4배 가격이다. 총 판매액은 85억913만원이다. 필지 매입가가 21억3,478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차익으로 약 63억7,435만원을 남긴 셈이다. 이에 대해 업체 관계자는 “이 차익에서 고객·토지 관리 등 회사 운영 비용과 양도소득세·법인세 등의 세금을 제한 게 저희 순익”이라고 설명했다.

판매 필지 전체 따져보니
해당 업체가 이같이 공유지분을 판매한 부지는 15곳, 필지 수는 173개다. 부지별 지목은 임야가 10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답 3곳, 전·주차장 각 1곳이다. 지역별로는 경기 이천 6곳, 경기 평택 2곳, 충남 당진 7곳이다.

본지가 15곳 부지의 등기부등본을 전수 분석해보니 업체는 필지를 총 256억원에 사들여 911억원어치 팔았다. 약 655억원 가량의 차익을 거둬들인 것이다. 판매 건수는 총 1,961건, 건당 판매액은 4,648만원이다.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단지 모양으로 필지를 분할한 다음 공유지분을 매각한 경기 이천 부발읍 가산리 483-38 일대./자료=카카오맵 캡쳐

눈에 띄는 것은 이 부지들 가운데 재매각이 이뤄져 매수자들이 차익을 실현한 곳이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공유지분을 파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을 뿐 법인이나 개인이 한 부지 혹은 한 필지의 공유지분을 전부 사들인 경우는 없었다.

이 업체는 단지 모양이 아닌 일반적인 필지 125개도 공유지분으로 팔았는데 이 역시 개별 필지가 고가에 재매각된 사례는 없었다. 일반적인 필지의 총 판매 건수는 2,406건, 총 판매가격은 844억6,858만원이다. 이 업체는 단지 모양 필지와 일반적인 필지를 합해 총 4,367명에게 주로 공유지분으로 1,756억원치를 팔았는데 지금까지 차익 실현을 한 사람은 없다.


물론 해당 업체가 판 필지들이 가치가 없는 땅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접근성이 나쁘지 않고 도로도 맞닿아 있어 향후 개발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공유지분 기획부동산 업체로 악명 높은 우리·케이비·코리아경매 등과는 차이가 있다. 경매 업체로 위장한 기획부동산들은 국립공원구역이나 상수원보호구역의 임야 등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한 땅들을 팔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의 공유지분 재매각 사례가 없다는 점은 판매 필지의 가치가 매수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업체 "재매각 3건 있다"고 했지만..
본지가 해당 업체에 재매각 사례를 문의한 결과 2012년 창립 이후 3건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중 한 곳은 본지가 입수한 지번인 경기 이천시 대월면 사동리 89-3이었다. 나머지 두 곳은 본지 목록엔 없는 곳들(사동리 412-27, 412-37)이었다.

사동리 89-3은 해당 업체가 2015년 10월1일 조모씨에게 3억4,920만원에 팔았고 조씨가 또 다른 조모씨에게 2017년3월2일 3억5,000만원에 팔았다. 손바뀜이 일어났을 뿐 차익을 실현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사례다.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재매각 사례라고 밝힌 경기 이천시 대월면 사동리 412-27. 해당 필지는 7년3개월여만에 2.5배 가격에 되팔렸다. 다만 이외 412~21~24 등 5개 필지는 매수자가 그대로 갖고 있다. /자료=카카오맵 캡쳐

사동리 412-27는 박모씨와 정모씨가 2012년11월 3.3㎡당 158만원에 매수했다가 7년 3개월여만인 지난 2월 3.3㎡당 400만원(총 5억5,200만원)에 매각했다. 2.5배 가량의 가격에 재매각한 것이다. 다만 해당 업체가 412-27과 같이 분할해 판매한 412-21~24 등 5개 필지는 손바뀜이 없었다.

사동리 412-37은 2012년 8월부터 총 17명이 3.3㎡당 165만원에 공유지분을 샀는데 우인이라는 시행사가 아파트 ‘이천 신원아침도시’를 지으면서 이 필지를 2015년4월 3.3㎡당 230만원(총 5억6,600만원)에 통째로 사들였다. 매수가의 1.4배 정도의 가격에 되팔린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차익이 없었던 사동리 89-3번지를 포함한다고 해도 필지 3곳에서 14억원가량만 재매각이 이뤄진 셈이다. 해당 회사가 판매한 필지 300여개, 1,800억여원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저희가 판매한 필지 주변의 몇몇 필지는 최근 1년 새 저희 분양가를 웃도는 가격으로 거래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안흥동 51-1번지(답)은 업체가 2017년경 3.3㎡당 277만원에 분양을 했는데, 인근의 안흥동 124번지(답)은 지난해 56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일부 직원·고객 "업체가 1~3년 내 팔린다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업체의 일부 고객과 전 직원들은 업체가 땅을 팔 때 허위·과장 설명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경영진들이 일부 필지에 대해 1~3년 안에 상업지, 근린상업지로 바뀌면서 2~4배의 가격으로 되팔릴 것이라고 말했다”며 “일부 땅은 평당 1,000만~1,300만원에 회사에서 책임지고 매도해준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지난 2015년 이 업체 A대표의 조회시간 발언에는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A대표는 “개발 계획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진행이 되고 있어야 한다. 진행이 되고 있는 지역의 위치만 따로 들어가야 된다.”며 “우리가 했던 땅 중에서 평택땅서부터 해 가지고 정확하게 물건 4개가 매도물량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 3개, 빠르면 이번 달 말, 늦으면 내년 1월 초”라고 말한다. 그러나 재매각 사례를 살펴봤듯 평택에는 되팔린 땅이 없다.

대구의 한 공유지분 판매 업체가 재매각이 예상되는 필지와 판매 직원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자료=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단기간에 재매각되리란 뜻을 유추할 수 있는 말도 나온다. A대표는 “저는 기다리란 말을 사실 싫어한다”며 “투자를 해놓고 맨날 1년 기다리라고 하고, 2년 기다리라고 하고, 3년 기다리라고 하고 그거만큼 무책임한 소리가 어디있겠나”라고 말한다. 이어 “우리는 무조건 빨리빨리 해야 된다.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항상 3년 갈 거 2년 반 가면 좋은 거고, 2년 반 갈 거 2년 가면 좋은 거 아니겠나”라고도 말한다.

재매각 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주겠다고 암시하는 내용도 나온다. A대표는 “세금적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좀 쉬쉬하자”며 “제가 알아서 맞춰 가지고 최대한 다운시켜서 할 수 있도록 그렇게 해서 드릴 테니까”라고 말한다.

업체 "매도 시기 언급한 바 없다" 반박
이런 의혹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A대표는 판매 과정에서 매도 시기를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A대표는 “고객들에게 ‘2년~4년 안에 몇 배가 된다’는 말씀을 드린 적이 없으며 그렇게 판매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또 전 직원들의 이러한 주장은 환불을 받기 위한 거짓말이며 음해라고 지적했다. A대표는 “그분들은 다른 기획부동산에 옮겨 근무하시면서 여기서 환불을 받아서 그 곳에서 토지를 사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도물량이 들어왔다’는 조회시간 발언에 대해선 “고객에게 객관적으로 매도문의가 들어왔다고 정보를 알려 준 것”이라며 “매도문의가 왔을 때 단순 찔러보기 식의 문의인지, 실제 매도 의사가 있는지는 수십 차례 연락을 취해야만 비로소 알 수 있는데 이 모든 과정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기다리라는 말은 무책임하다’는 발언에 대해선 “동종 타 업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고객 혹은 직원들이 분양했던 물건지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1년~3년 기다리라, 매번 기다리라’는 추상적인 답변만을 행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현지 답사와 물건지에 대한 정보 관련 대답은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만큼은 이러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하지 않도록 하자는 의미로 설명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저희 회사는 고객분들이 분양 받은 물건지에 관해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면 언제든 현장답사, 항공촬영, 우편광고물(DM) 발송을 통해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게끔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세금을 다운시켜주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제가 말씀드렸던 ‘절세’라는 부분은 회계사, 현지 부동산, 법무사, 로펌 등의 자문을 구하는 등 여러 방법을 모색해 고객분들이 최대한 세금 감면을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라며 “저희 회사가 주도하여 다운계약서나 업계약서를 작성해서 진행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업체 "땅 산 고객들 꾸준히 관리"
재매각 사례가 적은 데 대해서 A대표는 “주변 상황 변화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주변 상황이 변화되어야 땅값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진행했던 지역에 변화 사례가 많아서 한 달에 한두번씩 고객들을 모시고 답사를 계속 간다”며 “현장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면 항상 만족하신다”고 했다.

향후 재매각까지 책임진다는 차원에서 ‘매매확인서’도 작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체와 매매 계약을 하면서 ‘공유자가 과반수 이상 찬성할 경우 일괄 매매하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별도로 작성하는 방식이다. 공유지분 필지는 지분권자가 전부 동의하지 않으면 통매각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해결하려는 취지다.

그는 또 “홍보관을 운영하면서 이전에 분양했었던 물건에 대하여 고객들에게 궁금증을 해소하고 계속해서 관리를 해드리고 있다”며 “매년 고객들을 초청해 사업보고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하는 고객들에게는 사업보고서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 사정에 의해 계약의 효력을 문제 삼는 극히 일부의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토지 판매와 관련한) 그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극히 일부의 고객들이 제기한 법률적 부분과 관련해서도 적극적인 대응 끝에 법원 내지 검찰로부터 ‘특별한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취지의 판결, 처분을 받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전직 직원의 이야기는 다르다. 그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1~2년 안에 수익 볼 거라고 해서 1억원 내외 공유지분을 샀는데 5년째 아무 소식이 없다”며 “땅도 당시 너무 비싼 가격으로 사서 사기라고 생각하지만 회사를 상대로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소송에서 이기는 경우가 잘 없어서 시도를 안했다”고 말했다.

박홍근 "효율적 단속 체계 마련 시급"
해당 업체에서 공유지분을 산 고객들이 수년이 지나도록 재매각한 사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매수자들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유지분은 개인적으로 재매각하기가 어렵고 홀로 지분을 팔 때는 적정한 가치도 책정되지 않는다. 또 만약 업체가 도산하면 재매각을 책임져준다는 약속도 지켜질 수 없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이 업체가 판 필지들은 도로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어서 산등성이에 있는 임야를 수백~수천명에게 팔던 기획부동산에 비해 건당 판매액이 2배 이상 높다”며 “땅 주변이 아무리 개발되고 변화한다고 해도 정작 내 땅이 직접 개발되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점차 교묘해지는 판매 수법이 부동산 투기심리를 파고들어 범죄 행위나 피해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공유지분으로 쪼개 파는 행태를 효율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만큼 소비자 스스로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효율적인 단속 체계를 마련하고 불법 행위에 대한 관계 법령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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