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선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연구위원
경제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는 40대다. 30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50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40대는 소득과 자산의 증가가 가파른 연령대다. 지난 2019년 기준 40대의 순자산 증가율은 전년 대비 4.6%로 1%에 머무른 30대·50대와 대조적이었다. 특히 40대의 연소득은 7,425만원으로 연령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NH투자증권에서 실시한 중산층 대상 설문에서 ‘은퇴 후 하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가장 높은 연령이 40대로 나타났다. 소득은 많지만 지출도 많고, 특히 가장 줄이기 힘든 대출과 교육비의 비중이 높아 노후 준비 여력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40대는 주택 구매로 부채가 가장 많은 연령대여서 부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총부채상환비율(DTI)을 40% 이하로 유지하는 게 좋다. DTI는 총소득에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범위는 30~50%지만 각자의 소득과 지출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중산층 기준으로 소득에서 생활비를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은 40% 전후다. 이것도 절대 낮은 비율이 아니다. 이 선을 넘으면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입할 경우 장시간 원리금 상환으로 생계에 대한 부담은 물론 은퇴 시점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하락한다면 노년에 ‘하우스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40대 가구는 교육비 또한 전체 가구 평균 대비 2배 이상 높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2만9,000원으로 지난해 4·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477만원)의 9%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에서 우선적으로 줄일 지출 항목은 외식비·식료품비·의류비 등 순이고 교육비는 후순위다. 무리하게 교육비를 쓰다가 노후 준비를 못해 은퇴 후 빈곤층으로 전락한다면 오히려 미래에 자녀의 경제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자녀 교육과 노후 준비를 동등한 가치로 보고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녀 1인당 월 40만원의 사교육비가 들어간다면 노후 연금으로 월 40만원을 저축하는 식이다. 월 40만원을 연 4% 수익률로 25년간 적립하면 약 2억원의 노후 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
노후에 대한 불안을 낙관으로 변경할 수 있는 시점이 40대다. 소득이 높고 시간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필요와 미래의 노후 준비 사이에서 균형감을 유지한다면 ‘가난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은 기우에 그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