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증시가 고공행진한 미국 시장에서 수익을 낸 종목 일부를 팔고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해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나스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만선을 돌파한 가운데 해외직구 대표종목인 테슬라와 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주가가 최고점을 찍으면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자산배분이 가능한 채권형 ETF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증시가 V자형 상승세를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에는 안전자산 등이 포함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11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해외주식 상위 10개 종목에 포함된 3개 종목의 ETF는 모두 채권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1~10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아이셰어즈 단기채권 ETF(4,934만달러)’ ‘SPDR BG Barc 1-3M 미국채 ETF(2,118만달러)’ ‘반에크 벡터스 JP모건 EM 로컬 ETF(1,934만달러)’ 등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회사채를 ETF를 통해 매입하기로 한 후 가장 많이 매수한 ‘아이셰어즈 Iboxx 투자등급회사채 ETF’에도 614만달러가 유입됐다. 반면 지난달 같은 기간 지수 움직임의 2배, 3배를 추종하며 순매수 결제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던 나스닥·천연가스·크루드오일·공포지수(VIX) 관련 레버리지 ETF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또 이달 매도 결제 상위 목록에는 지난달까지 매수세가 집중됐던 테슬라(1억1,872만달러), 델타항공(8,895만달러), 보잉(7,493만달러), 마이크로소프트(5,944만달러) 등이 이름을 올렸다. 투자자들은 나스닥지수 움직임의 세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 ETF’도 5,785만달러나 팔아치웠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기도 전에 경제재개 기대감만으로 1만선을 돌파하면서 정보기술(IT) 거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반등은 경기 훼손이 진행되는 동안 여느 때보다 가파른 주가 반등이 나타났다”며 “하반기 증시에서는 기대감의 현실화에 대한 확인이 중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수요가 동시에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했다. 또 미국 시장의 경우 연준이 유동성 공급 목적으로 회사채 ETF 매입을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채권형 ETF의 추가 상승을 지지하는 상황이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위험 헤지 수단으로 ETF가 각광받을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상반기에는 주식자산이 중심이었다면 연간으로는 비교적 안전한 인컴형자산과 금 등으로 다각화된 자산배분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한나기자 han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