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디스플레이 굴기'에.. 점유율 수성도 버거운 韓[양철민의 인더스트리]

중국 BOE.. OLED용 DDI 수직계열화 노려
LCD에 이어 OLED 시장에서도 한국 추월 자신
중국의 인력 빼가기·기술 도용에 속수무책
업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세울 정부 대책 필요"

삼성전자가 2002년부터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DDI.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디스플레이 구동 반도체(DDI)’ 양산에 나서며 LG(003550)디스플레이(13%) 등 한국업체의 독무대였지만, 2025년에는 BOE(30%)와 차이나스타(12%)와 같은 중국 업체 점유율이 삼성디스플레이(30%)와 LG디스플레이(8%) 등 한국 업체 점유율을 넘어설 전망이다. 전체 모바일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의 점유율은 2020년 31%에서 2025년 53%로 상승하는 반면, 한국 업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67%에서 46%로 하락할 전망이다.

충남 아산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BOE의 이 같은 급성장세에는 한국 기술 도용과 인재 빼가기 등이 자리하고 있다. BOE는 현대전자 LCD 사업부에서 출발한 하이디스를 2002년 인수해 기술력을 키웠다. BOE는 이후 기술공유를 명분으로 전산망을 통합한 다음 하이디스 기술을 빼내 갔으며, 이를 기반으로 2003년 6월 중국에서 LCD 양산에 나선다. 당시 검찰 수사결과에 따르면 BOE가 빼 간 하이디스 기술 자료는 4,331건에 달한다. 4년 뒤 BOE는 하이디스를 대만 이잉크에 매각하며 이른바 ‘먹튀 행보’를 완수한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중국업체와의 경쟁이 갈수록 힘에 부친다고 하소연 한다. 중국은 LCD 시장 점유율 기준으로 이미 2017년에 한국을 제쳤으며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중국 정부는 LCD 공장 건설 시 세제 혜택을 비롯해, 각종 인력 채용 시에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중국 디스플레이 사업을 육성해 왔다. 특히 중국은 지방 정부 간의 경쟁으로 반도체 등 핵심 사업 육성을 위한 각종 세제 지원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지난 10일 중국 화학업체인 산산에 LCD 편광판 사업부를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것 또한 LCD 사업 주도권이 이미 중국에 넘어갔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의 한국 인력 빼가기도 여전하다. 지난 4월에는 국내 한 채용 사이트에 “65인치 대형 OLED 패널 10년 이상 경력자를 구합니다”라는 채용 공고가 게재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OLED 패널 기술 확보에 주력 중인 BOE 등 중국 업체가 내 건 채용 공고로 파악 중이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굴기’를 자신하고 있다. 중국 최대 TV 사업자 TCL의 창업자인 리둥성 회장은 최근 “이미 중국 업체들이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이 같은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세계 유일의 대형 OLED 패널 생산 업체인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양산을 계획 중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분전하고 있지만 중국의 기세에 차츰 밀려나는 모습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및 엄청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업체의 공세에 한국 업체의 위상이 위축되는 모습”이라며 “단순 기술력 향상만으로는 중국과의 격차 유지도 버겁다는 점에서 인재 및 특허 유출 등에 관한 우리 정부의 조치와 추가적인 육성 전략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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