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신병처리와 기소 여부 등을 논의할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소집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이달 말 안으로 시작이 예상되는 수사심의위가 본격적으로 돌아가게 되면 영장실질심사와 부의심의위의 변론에 이어 검찰과 삼성의 ‘3라운드’가 시작되는 셈이다.
대검찰청은 12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 부회장 사건을 다룰 수사심의위의 소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이 전날 열린 검찰시민위원회 부의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 소집요청서 공문을 보낸데 따른 조치다. 대검 예규로 정해진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을 보면 시민위원회에서 소집요청서를 대검으로 보내면 검찰총장이 반드시 소집요청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검 측은 앞으로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라 위원회 구성, 심의 및 의결 등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수사심의위는 일반적으로 소집 결정 후 2~4주 내 열리곤 했다. 추후 심의기일이 정해지면 그날 바로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함에 따라 검찰과 삼성 간 공방 ‘3라운드’가 주목되고 있다. /연합뉴스
외부 법률 전문가들 중심으로 구성된 수사심의위는 이 사건을 살필 현안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따로 정한 추첨기일에 수사심의위 구성원 중 15명을 무작위로 뽑아서 만든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직접 심의위에 나와 공방을 펼치게 된다. 양측은 심의기일에 A4 용지 30쪽 이내의 의견서를 제출하고 위원들이 검토하는 절차를 거친다. 신청인 외에도 고소인과 기관고발인, 피해자, 피의자 및 그들의 대리인과 변호인 등 사건관계인도 의견서를 낼 수 있다.
양측이 향후 펼칠 논리는 앞서 부의심의위에 제출한 의견서 내용을 토대로 예측할 수 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 대해 “영장 기각 사유 핵심은‘ 피의자(이 부회장)의 형사책임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으로, 이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부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에서 충분히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법원이 밝힌 부분을 강조해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검찰은 부의심의위를 설득하기 위해 수사를 통해 기소 근거가 될 증거자료들을 더 공개할 수 있어 주목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창수 전 대법관에 대한 문제제기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9년 5월 경영권 승계 과정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이 부회장 등에게 헐값에 넘긴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할 당시 다수의견을 냈다. 성격이 비슷한 사건의 재판에서 유·무죄 판결을 내렸으니 회피 또는 기피 대상이라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박준호·손구민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