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죽어가는데…"출점규제 5년 더 연장"

국회 '유통산업법 개정안' 발의
출점 제한 강화 ·상생의무 강제
업계 "존폐 위기 속 과도한 족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가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 압박과 맞닥뜨리며 또다시 신음하고 있다.

경기 위축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21대 국회는 문을 열자마자 대규모 점포 출점규제 연장 등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폐점을 앞당겨 수천 명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규제우선주의’ 기조가 이어지자 유통업계는 극심한 위기감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총 3건의 유통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대형마트 출점제한을 연장하고 지역상권과의 상생 의무를 강제하는 내용이 골자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개정안에는 출점제한 강화 방안이 담겼다. 현행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유통상생발전심의회’로 변경하고 대규모 점포 출점 시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부여해 권한을 강화했다. 의안이 부결될 경우 대형마트 등록을 취소할 수 있으며 기존 점포에는 이행강제금을 물릴 수 있다.

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올해 효력이 만료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관련 규제를 앞으로 5년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통시장과 전통상점가로부터 반경 1㎞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해 대형마트 같은 대규모 점포 등의 개설을 규제하고 있다. 2010년 시행된 이 규제는 2015년 19대 국회에서 5년 늘리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한 차례 연장됐고 올해 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에 정부는 3년 연장안을 제시했지만 국회는 이보다 더 긴 5년 연장안을 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출점이 아닌 폐점을 고민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가 아닌 강화책이 쏟아지고 있다”며 “지금도 신규 점포를 내놓을 때 상생협력안을 만들고 있어 이행강제금까지 추가하는 것은 과도한 족쇄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e커머스의 공습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전년동월 대비 5.5% 감소했다. 반면 온라인 매출은 16.9% 증가하며 전체 유통업계 매출 비중의 절반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에 업계 1위인 롯데쇼핑은 연내 120여개 점포를 폐점한다는 계획을 밝혔고 일부 대형마트와 백화점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보통 대형마트 한 곳당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300~500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만 6,000~1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법이 처음 등장했을 때가 10년 전”이라며 “지금은 출점은커녕 매장을 줄이는 최악의 시기라 계속된 규제는 대량 실업사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반(反)기업적 규제 강화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은 총선기간 중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권익 보호’를 명분으로 복합쇼핑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유통법에 따라 영업시간과 의무휴무일에 제약을 받는 대형마트처럼 복합쇼핑몰 역시 이 같은 영업제한은 물론 입지제한도 걸겠다는 내용이다.

복합쇼핑몰은 온라인에 치인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미래형 쇼핑몰로 힘을 싣고 있는 마지막 보루다. 주로 외곽에 위치해 오히려 인근 지역 상권에 플러스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지만 규제의 칼날은 복합쇼핑몰까지 겨누고 있다.

조춘한 경기과학대 교수는 “복합쇼핑몰은 인근 소상공인들의 매출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꾸준히 입증되고 있다”며 “한쪽을 살리기 위해 한쪽을 규제하기보다 어떻게 상생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주·노현섭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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