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이 전기 스쿠터를 탄 배달원의 헬멧 버튼을 채워주고 있다./웨이보
중국이 이륜차 운전자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면서 국내 화학업체들이 웃음 짓고 있다. 헬멧의 재료가 되는 고부가 합성소재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마진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14일 에너지정보 분석업체 플래츠에 따르면 이달 평균 ABS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는 68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연초 ABS 마진이 300달러 중반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몇 달 새 90%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1일부터 오토바이·전기스쿠터 운전자의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것과 관련이 깊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오토바이 약 1억대, 전기스쿠터 2억5,000만대가 운행 중이다. 반면 헬멧 착용률은 30%에 불과해 규제를 이행하려면 약 2억개의 헬멧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헬멧 생산량이 급증하며 헬멧 제작에 필요한 ABS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ABS 가동률은 98%, 중국 동부 지역의 ABS 가동률은 100%를 기록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책으로 연간 14만톤의 ABS 수요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ABS 수요(934만톤)의 1.5%, 중국 ABS 수요(532만톤)의 2.6%로 의미 있는 비중”이라고 분석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ABS의 원료인 부타디엔의 가격 약세가 계속되는 점도 호재다. 올해 들어 부타디엔 등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나프타분해시설(NCC)이 대규모로 증설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3·4분기 톤당 1,167달러에 달했던 부타디엔 가격은 지난달 말부터 330달러에 머물러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업체들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ABS 연 생산규모 95만톤으로 세계 1위 업체인 LG화학(051910)을 비롯해 롯데케미칼(011170)(첨단소재)이 연 67만톤, 금호석유(011780)화학이 연 25만톤의 ABS를 생산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