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이 간다] "끝없는 소통...50년 숙원 노점정비 이뤘죠"

<1>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노점 상인 100여차례 만나 대화
영중로 개선사업 충돌없이 매듭
영등포 쪽방촌도 주거환경 개선
3년뒤 1,200가구 단지로 환골탈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자치분권과 지역발전을 향한 자치단체장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주민 참여를 토대로 한 적극행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부지런히 현장을 누빈다. 서울경제는 지역 현안 파악과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장을 찾은 서울 자치구 구청장과 동행해 민선 7기 전반기 주요 성과와 후반기 역점 추진과제를 들어보는 ‘구청장이 간다’를 연재한다.

채현일(가운데) 영등포구청장이 영등포역 앞 영중로 거리가게를 찾아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이호재기자

“코로나 때문에 장사가 너무 안돼 힘들지만 구청장님을 생각해서라도 악착같이 해야죠.”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역 앞 영중로의 한 거리가게. 때이른 폭염 속에서 호떡을 굽고 있던 상인은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가게를 찾자 반색했다. 코로나19로 매출이 크게 줄었지만 힘든 내색 보다는 현실을 긍정하고 희망을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떼를 쓰면 되는 줄 알았지만 구청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니 그들의 심정이 이해됐다”면서 “대화를 하면 뭔가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상인의 표정에는 채 구청장과 구청 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다.

이러한 믿음은 영중로 개선사업을 위해 구가 지역주민과 상인들을 대상으로 현장조사, 공청회, 주민설명회 등을 100여차례 개최하며 대화와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생겨났다. 영중로는 과거 4m 너비의 보도를 가득 채운 70여개의 노점으로 인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주민들의 보행에 불편을 준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상인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여서 자치구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 채 구청장이 취임 후 개설한 ‘영등포신문고’의 첫번째 주민청원도 영중로 노점상 철거였다.

채 구청장은 상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설득했고, 이를 통해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50여년 묵은 주민 숙원을 잡음 없이 해결했다. 지난해 3월 25일 2시간만에 아무런 충돌없이 노점 철거가 끝났고 그 자리에는 에어컨과 수도시설이 갖춰진 산뜻한 디자인의 거리가게 26개가 들어섰다. 거리가게는 철저히 생계형 노점상 위주로 입주시켰다. 채 구청장은 “기적같은 일”이라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하면 못 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채현일(왼쪽) 영등포구청장이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을 찾아 주민 고충을 청취하며 정비계획을 설명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영중로 노점 철거·영등포 쪽방촌 정비…주민 숙원 사업 속속 해결=1970년대에 형성된 영등포역 인근의 쪽방촌을 정비하는 것도 영등포구가 풀어야 할 숙제다. 많은 판자촌이 재개발을 통해 고층 아파트 단지로 변신했지만 지분관계가 복잡하고 원주민의 재정착 문제가 얽혀 있는 쪽방촌은 개발이 쉽지 않아 여태껏 주거복지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사업성이 떨어져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기 힘들다고 판단한 채 구청장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공공주거개발모델로 쪽방촌을 정비하기로 하고, 지난 1월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1만㎡에 이르는 영등포 쪽방촌은 오는 2023년 1,200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거듭난다. 쪽방주민을 위한 영구임대주택 370호와 신혼부부 등을 위한 행복주택 220호가 들어선다. 분양주택 600호를 공급해 사업비에 보탠다. 올 하반기 지구지정에 이어 내년에 지구계획 수립과 보상이 이뤄진다.

채 구청장은 이날 쪽방상담소 직원과 함께 쪽방촌을 둘러보며 주거환경을 점검했다. 폭염을 피해 골목에 나와 있던 쪽방주민은 “하루를 살더라도 집다운 집에서 한번 살아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채 구청장은 “영구임대주택이 지어지면 지금보다 훨씬 넓은 공간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지낼 수 있다”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 그때까지 건강하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현재 1.65~6.6㎡ 크기의 쪽방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정비 후 2~3배 넓은 16㎡ 규모의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한다. 임차료도 지금 내고 있는 월세 22만원의 20% 수준인 월 3만2,000원만 내면 된다. 채 구청장은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1월20일은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째 되는 날이었다”면서 “영등포가 포용적 주거복지의 전범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채현일(오른쪽) 영등포구청장이 노점 철거로 보행환경이 크게 개선된 영중로를 찾아 점검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 등 지역 발전 이끌 대형 프로젝트 줄이어=영등포는 한강 이남, 특히 서울 서남부 지역의 ‘맏형’이다. 동작구와 구로구 등이 영등포구에서 분리돼 나갔다. 인천 제물포에서 서울역으로 이어지는 철도 축선의 중심이자 경인로를 따라 서울 동쪽으로 나아가는 길목의 ‘관문’이지만 여의도를 제외하고는 성장이 정체된 이미지다. 민선 7기 들어 영등포역 인근 정비를 비롯 도시 발전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줄잇고 있어 지역에 활기가 돈다.

쪽방촌 정비와 함께 영등포역 인근 문래동·경인로 일대의 약 52만㎡를 서남권 경제중심지로 키우기 위한 도시재생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사에 들어간 문래동 옛 대선제분 공장은 전시관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타임스퀘어 뒤 주차장 부지에는 청년창업가를 지원·육성하는 청년희망복합타운이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이 추진된다. 문래동 옛 방림방적 부지에는 2,000석 이상 규모의 대형 공연장을 갖춘 제2세종문화회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채 구청장은 “복합문화공간과 청년희망복합타운을 연계하고 가로를 활성화하기 위한 특화거리 조성사업을 시행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것”이라며 “제2세종문화회관까지 들어서면 영등포가 새로운 문화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 13년만에 내달 준공되는 여의도 파크원도 영등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서 지역 경제 도약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파크원은 오피스 타워 2개동과 호텔·백화점 건물 등 4개동이 들어선다. 파크원 준공으로 상권이 크게 활성화되는 것은 물론 핀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여의도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육성한다는 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채 구청장은 “제2핀테크랩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국회의사당 전면 최고고도 규제 완화를 추진해 서여의도 지역에 보다 많은 금융기업·기관이 들어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