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 도발 의지를 분명히 하는 등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자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기념식을 최대한 축소해 열기로 했다. <관련기사> ▶[국정농담] "평화가 온다?" 文정부의 씁쓸한 6·15 '혼파티'
통일부에 따르면 정부는 15일 6·15 20주년 기념식을 최대한 축소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현 남북관계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정부는 애초 ‘평화가 온다’를 이번 20주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각종 행사를 기획했다. 우선 북한 김여정이 남북공동연락소 폭파 경고와 함께 군사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지난 13일 저녁 KBS의 ‘불후의 명곡’에서 특별 기념 방송을 진행했다. 18일에는 MBC를 통해 ‘전쟁을 넘어서 평화로’라는 주제로 평화경제 국제포럼도 방영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사회를 맡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등이 대담자로 출연할 예정이다.
20주년 당일인 오늘 저녁엔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통일부·서울시·경기도·김대중평화센터가 함께는 오프라인 행사 ‘시민과 함께하는 6·15 기념식’을 개최하기로 계획했다. 이 행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육성 감상과 가수 공연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이 가운데 1시간가량으로 준비한 기념 만찬 일정 등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6·15 20주년 온라인 이벤트인 ‘평화챌린지’ 포스터. /자료제공=통일부
정부는 본래 평화 분위기를 최대한 강조하기 위해 이번 20주년 행사를 어떻게든 남북 공동으로 진행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지난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남북관계가 소원해진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며 북한은 끝내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 남한 혼자 20주년을 자축하기로 결론 내렸다.
여기에 북한이 이달 들어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핑계 삼아 무력 도발 의사까지 내비치자 행사의 의미는 크게 퇴색됐다. ‘평화가 온다’는 슬로건 자체가 민망한 상황이 된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지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채택됐다. 선언문에는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킨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남북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01~2008년 공동 행사를 개최했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는 이 행사를 더 이상 열지 않았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지난 2000년 6월 평양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