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집을 나온 9살 여아의 잔혹했던 학대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부모의 상습 학대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될 수 있는 피해 아동의 일기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아동은 계부와 친모의 학대에 시달리면서도 꼬박꼬박 일기를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3일 의붓딸인 A양을 학대한 혐의로 계부 B(35)씨를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A양이 일기를 써온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B씨의 주거지에서 A양의 일기장을 확보했다.

A양은 부모와 한집에서 머무는 동안 일주일에 2~3일 정도 꾸준히 일기를 작성했고 경찰이 확보한 일기장은 여러 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일기장이 계부와 친모를 처벌하는 증거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학대 사실을 입증할만한 내용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한편 경남 창녕경찰서는 지난 13일 오전 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B씨를 경찰서로 연행해 9시간이 넘도록 조사했다.


앞서 지난 4일 1차 소환조사 당시 대부분 혐의를 부인했던 계부는 이날 뒤늦게 학대 혐의에 대해서 일부 인정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선처를 바란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도가 심한 학대에 대해서는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르면 이날 창원지법 밀양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짐심사)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B씨는 지난 11일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전날 다른 자녀들에 대한 법원의 임시보호명령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자해행위와 투신소동을 벌여 입원하는 바람에 일정이 미뤄진 상태다.

B씨와 함께 자해 소동을 벌여 응급 입원된 친모 C(27)씨는 현재 다른 병원으로 옮겨져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2주 정도 행정입원을 거친 뒤 경찰에서 조사를 받게 된다.


한편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번 학대 사건은 지난달 29일 오후 A양이 잠옷 차림으로 창녕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한 주민에 의해 발견되면서 알려졌다.

A양은 부모의 학대를 피해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 있는 옆집으로 도망쳤다. 옆집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A양은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눈이 멍들고 손가락에는 화상으로 인해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심한 상처가 있었다.

이에 대해 경찰이 A양의 집을 압수수색한 결과 학대에 사용된 프라이팬, 쇠사슬,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이 발견됐다. 계부와 친모는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프라이팬에 손을 지지고,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발등과 발바닥도 지지는 등 학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