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가운데)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연합뉴스
여야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절대 양보 못한다”고 맞서며 21대 국회가 개원 열흘 만에 멈출 위기에 처했다. 176석의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을 뺀 채 18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예산결산특별위원회 포함)을 선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난 12일 여야에 사흘의 기한을 줬지만, 협치는커녕 불신만 커졌다. 국회의장에 이어 법안을 심사하는 상임위원장도 범여권만 참여해 선출하며 여야가 극단의 대치로 접어들 모양새다. 통합당은 ‘법사위원장 사수’에 파부침주(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는 결사적 싸움)를 결의한 상태로 민주당 단독 선출 때 국회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태년 “끌려갈 수 없다” 상임위 선출 예고 |
상임위원장 자리는 교섭단체(20석 이상)인 여야가 합의해 의석수에 따라 배분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가졌던 통합당이 ‘양보 불가’를 외치면서 협의는 꼬였고 결국 파행 직전까지 왔다. 통합당은 “16대 국회 이후 법사위는 야당 몫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 견제의 상징이 법사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통합당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 합의안을 만들었으나 통합당은 민주당이 대폭 양보한 합의안을 거부하고 정쟁을 선택했다”면서 “잘못된 야당놀이에 사로잡혀 반대만 일삼던 통합당의 발목잡기에 끌려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 원 구성 촉구를 위한 초당적 의원모임’의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초선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21대 국회 원 구성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당내 비판 목소리가 민주당을 강경책으로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 “180석이나 됐는데 왜 끌려다니느냐”는 권리당원의 비판 글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추락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법안 심사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때문에 3차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필요한 상임위인 예결위와 기재위라도 먼저 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초선들도 당 지도부에 힘을 보탰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초선 53명은 14일 성명을 내고 “통합당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과거의 위법적 관행을 정당화하고 당리당략을 위해 법사위원장에 집착하는 낡은 관행과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께 약속 드린 대로 15일 본회의에서 전 상임위 위원장을 선출하고 상임위 구성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법사위 포기 안 돼, 차라리 뺏기자” |
당내에서도 강경 대응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3선 장제원 의원이 “법사위를 내어주고 산자위를 받자”고 제안을 했지만 당내에서는 일축하고 있다. 견제와 감시가 숙명인 여당이 소관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의 법적 구성과 완성도 등을 심사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 자리를 양보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초선의원 긴급 간담회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초선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이날 초선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원 구성 상황을 논의했다. 배현진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챙겨야 할 것은 법사위가 아니라 국가 안위”라며 민주당이 단독으로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는 데에 대해 “그렇다면 행동하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본회의에서 뺏겼으면 뺏겼지 협상에서 양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