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016년 8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서울 분양가 통제에 나섰다. 이른바 ‘고분양가 사업장 분양보증 처리기준’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런 가운데 올해 들어 아파트 분양가가 매매가의 9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로또 단지’가 본격적으로 쏟아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당첨자 평균 가점은 무려 61.38점으로 상승했다. 이 같은 점수는 30대가 받을 수 없는 점수다.
15일 서울경제가 부동산114와 HUG의 최근 4년간 ㎡당(공급면적 기준) 평균 매매가와 분양가를 비교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평균가를 기준으로 한 수치지만 최근 몇 년간 서울의 ‘매매가 대비 분양가 비율(분양가 비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의 서울 분양가 통제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서울의 분양가 비율은 2016년 8월 118%를 기록했다. 당시 ㎡당 평균 매매가는 561만원이었지만 평균 분양가는 659만원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아파트값보다 약 100만원 더 비쌌다. 하지만 이후 HUG의 분양가 통제가 본격화되자 1년 후인 2017년 8월에는 분양가(637만원)와 매매가(627만원)의 격차가 10만원으로 줄었다. 그다음 해인 2018년 8월에는 매매가가 761만원, 분양가가 712만원으로 매매가가 분양가를 앞질렀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돼 올해 4월 들어서는 분양가가 842만원에 그친 데 반해 매매가는 908만원을 기록해 분양가 비율이 93%까지 떨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분양가 비율 추락이 유독 서울에서만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의 경우 2016년 8월 ㎡당 분양가 비율이 124%였는데 올해는 128%로 늘었다.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경상북도로 2016년 8월만 해도 125%였던 비율이 4년 만에 162%로 훌쩍 뛰었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집값 상승을 막겠다고 시작된 분양가 통제가 오히려 서울 아파트의 ‘로또 아파트’ 광풍을 불러왔다고 입을 모은다. 인위적으로 가격을 억눌러 낮은 가격에 분양을 하기는 했지만 결국 새 아파트 가격이 주변 시세를 따라 올라가게 되는 만큼 수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노린 수요자들이 너도나도 청약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청약가점도 상승하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1~5월 서울에서 청약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61.38점으로 나타났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만점(15년)에 무주택 기한 10년을 채우고 4인 가족을 둔 30대가 받을 수 있는 최고 가점 57점을 훌쩍 넘었다. 사실상 30대가 서울에서 청약으로 내 집을 마련하기는 불가능한 셈이다. 전국 청약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50.87점이었다. /양지윤·진동영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