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취임 인사차 예방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권욱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단독으로라도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반면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대표는 “법원과 검찰을 관장하는 법사위를 장악하려 하는지 의도가 무엇이냐”며 민주당의 방침에 강력 반발하고 있어 이날 오후 본회의 전까지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했다”며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법에서 정한 상임위원장 선출 기한은 지난 8일로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겼다. 지난 12일 열린 본회의에서도 여야의 협상 결렬로 통합당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상임위 선출은 15일로 미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법사위를 둘러싼 여야 협상에 진전이 없는 만큼 이 대표는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 원 구성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통합당에게 시간을 최대한 줬고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의 엄중함을 감내하면서 많은 양보를 했다”며 “통합당은 20대 국회 때 법사위를 가지고 국회를 식물국회로 만들었고 결국 동물국회로까지 마감하게 됐다. 통합당은 법사위를 운운할 자격도, 견제할 염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님에게도 민주당의 인내와 의지를 이해시키도록 하겠다”며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상임위 선출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원내대표. /연합뉴스
하지만 여당의 단독 상임위 선출 의지에도 통합당의 반발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법사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뭘 그리 잘못한 게 많아서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하는지 의문스럽다”고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무엇 때문에 여당이 굳이 법원, 검찰을 관장하는 법사위를 장악하려 하는가. 의도가 무엇인가. 여당에 묻고 싶다”며 “무엇이 잘못한 게 많아서 검찰, 법원을 장악하려 하는가”라고 재차 되물었다.
김 위원장은 “문민정부 이후 30년 동안 원 구성은 여야 합의에 의해서 상임위원장을 배분했고 그 과정에서 법사위라는 상임위가 야당 몫으로 정해지는 게 관행이었다”며 “거대 여당의 출현으로 관행을 파기하고 (상임위를) 독점하려 하는 신호로 보여 굉장히 염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원 구성 협상 과정에서 여당이 주장하는 논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177석 내지 180석의 거대 의석을 받았으면 의회 다수결 원칙에 의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위치에도 굳이 법사위를 꼭 차지하겠다는 사실을 명확히 설명하면서 법사위를 요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거대 여당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 붙이려고 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또다시 파괴된다는 것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상임위원장 선출 건으로 오늘 본회의가 열리는데 의장이 한국 의회 발전을 위해 냉철하고 합리적 결정을 해주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주 대표 역시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생이 최우선이다’라는 글을 올려 “민주당과 원구성 협상을 진행하면서 참 답답하다”며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얻은 177석이 자신들에게 질적으로 다른 권력을 부여했다고 우긴다. 1987년 체제 이후 정착된 국회관행을 ‘잘못된 관행-적폐’라고 주장하면서, 자기하고 싶은 대로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삼봉 정도전의 글은) 민생 민심을 위배하는 군주의 권력을 가차없이 갈아치울 수 있다는 뜻”이라며 “청와대와 집권 여당의 책무는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살리기다. 여당이 법사위 차지하겠다고 이렇게 몽니를 부릴 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