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전 서울역에서 처음 보는 여성을 폭행하고 달아난 이모(32)씨가 용산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앞두고 추가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지방철도경찰대로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나가는 여성을 아무 이유 없이 때려 광대뼈가 함몰되는 등 큰 부상을 입힌 이른바 ‘서울역 묻지마 폭행’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3시40분께부터 4시15분께까지 약 35분간 김태균 부장판사 심리로 상해 혐의를 받는 이모(32)씨의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당초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3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순서가 밀려 오후 3시40분쯤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4시15분쯤 모습을 드러낸 이씨는 ‘두 번째 영장심사를 받은데 따른 입장이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무릎 꿇고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색 모자에 남색 재킷을 입고 법원에 나온 이씨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개를 숙인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앞서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이하 철도경찰대)는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이씨의 긴급체포가 위법이라는 취지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이씨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주거의 평온을 보호받음에 있어 예외를 둘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전했다.
이에 대해 철도경찰대는 이씨가 서울역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위협하거나 폭행한 행위를 추가로 포착해 혐의를 보강한 뒤 영장을 재신청했다.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결정될 예정이다.
한편 이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50분쯤 공항철도 서울역의 한 아이스크림 전문점 앞에서 자신과 우연히 어깨를 부딪힌 여성 A씨를 주먹으로 폭행한 혐의(상해)를 받는다.
A씨는 이씨에게 맞아 광대뼈가 골절되고, 눈가가 찢어지는 큰 부상을 입었다. 이씨는 이 범행 외에도 지난 2월 자신의 집 근처 건널목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던 한 여성에게 다가가 욕설을 하고 위협을 가하며 침을 뱉었던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경찰은 폭행 당시 현장이 CCTV 사각지대라 용의자 검거에 어려움을 겪다 이씨가 상도동 인근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한 모습을 확인해 추적한 뒤 지난 2일 오후 7시15분경 이씨를 주거지에서 검거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 가족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처음 알려졌고 인터넷 공간에서는 ‘여성혐오 범죄’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