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中 동시악재에 코스피 4.7% 급락...되살아난 '3월 악몽'

[또 흔들리는 금융시장]
코스닥 7% 폭락...닛케이 등 亞 증시도 동반 곤두박질
3월 급락장 이후 최대폭 하락...개인만 1.2조 매수
국고채 금리 일제히 상승,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져


미국·중국·북한발(發) 악재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코스피가 5% 가까이 급락해 2,030선으로 주저앉았다. 미국·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북한도 우리 정부를 향한 협박을 쏟아내 남북관계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증시를 옥죄고 있다. 채권값도 증시와 동반하락하는 등 지난 3월 ‘코로나 급락장’ 이후 국내외 위험자산이 전고점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 등의 우려가 다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하락폭을 키우며 4.76% 하락한 2,030.82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 역시 7.09% 하락한 693.15로 장을 마쳐 지난달 19일(696.36)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시 7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오전 보합권에서 하락세를 이어가던 코스피·코스닥지수는 오후 들어 외국인·기관 투자가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가파르게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스피 하락폭은 감염병 전 세계 확산으로 공포가 극에 달했던 3월23일(-5.34%) 이후 가장 컸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3.47% 미끄러진 21,530.95로 마감하며 2만2,000선 밑으로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 역시 2.23% 하락한 23,759.77로 마감하는 등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 하락의 원인으로는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 소식이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미국 22개 주에서 일일 기준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역시 수도 베이징의 최대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나타나자 시장 근처를 중심으로 주택단지 봉쇄 및 교육시설 수업 중단 조치가 이뤄졌다. 특히 국내 증시는 이에 더해 북한의 대남 비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진 것도 추가 악재로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787억원, 기관은 7,644억원을 각각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은 지난달 4일(1조2,717억원) 이후 가장 많은 1조2,416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쳤다. 이에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18조원에 달해 3일(17조원)의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기관·외국인의 매도에 따른 급락장에서 개인이 매수에 나서는 모습은 코스피가 1,400선까지 후퇴했던 3월과 닮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증시 조정이 이어진 11일부터 3거래일간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서 3조원 이상의 주식을 사들였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3월 급락장에서 저가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4월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증시 반등에 따라 수익 실현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증시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 역시 최근 증시 하락세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가 1,600~1,700 수준에서는 여건이 좋지 않아도 주가가 낮아 상승할 여지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2,200까지 상승해 밸류에이션이 많이 높아졌다”며 “국내 증시가 그동안 빠르게 반등한 것을 감안하면 빠른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물경제 악화 속에 부진이 예상되는 2·4분기 실적도 증시 상승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따라서 코로나19 사태 이후를 내다보고 우량주를 장기매수하는 투자전략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실적이 뒷받침되거나 업종 내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량기업은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크지 않고 코로나19 사태 종식 이후 회복이 예상되기 때문에 우량주 중심의 장기투자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0bp(1bp=0.01%포인트) 오른 연 0.861%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1.424%로 3.6bp 상승했다. 5년물과 1년물은 각각 2.8bp, 1.5bp 상승해 연 1.153%, 연 0.736%에 마감했다. 20년물은 연 1.565%로 3.6bp 올랐다. 이러한 국고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은 증시 급락, 환율 급등과 함께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정성 확대를 나타내는 모습으로 평가된다.

/박경훈·이승배기자 socoo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