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7월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에서 미혼모가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생후 6주에 입양됐다. 5세 때 양어머니가 죽자 일자리를 구해 전국을 돌아다니는 양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레스토랑에서 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가장 좋아했던 소년은 커서 레스토랑 사장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12세 때부터 식당 보조 일을 시작했다. 미국 3대 햄버거 체인 중 한 곳인 ‘웬디스(Wendy’s)’의 창업주 데이브 토머스(1932~2002년)의 이야기다.
요식업에 종사하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나중에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의 창업주가 된 할랜드 샌더스가 1962년 자신의 레시피로 만든 치킨을 판매해 수익을 나누자고 제안했던 것. 당시 샌더스가 창업했다가 망하고 레시피를 팔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중 1,009번째로 찾아가 계약에 성공한 사람이 데이브였다. 데이브의 식당에서 만든 치킨이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샌더스는 KFC를 설립할 수 있었고 데이브는 자신의 식당을 KFC에 넘기고 100만달러를 손에 쥐었다.
데이브는 1969년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 웬디스 1호점을 열었다. 넷째 딸 웬디 토머스의 이름을 딴 것인데 ‘웬디네’라는 의미다. 웬디스의 대표 메뉴인 네모난 소고기 패티는 미시간주 햄버거 레스토랑 ‘큐피’의 사각형 패티에서 착안한 것이다. 데이브는 냉장육을 사용했고 조리 시간이 다소 걸려도 직화구이 방식을 고집했다. 그는 1992년 ‘데이브 토머스 입양재단’을 발족하는 등 입양 문제 해결에도 힘쓰다가 세상을 떠났다.
미국 내 인종 차별 규탄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12일 흑인 남성 레이샤드 브룩스가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웬디스에서 경찰 체포에 불응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총에 맞아 숨졌다. 이날은 브룩스의 딸이 여덟 번째로 맞이한 생일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외식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레스토랑 사장을 꿈꿨던 웬디스 창업주의 매장 앞에서 벌어진 비극이어서 더욱 안타깝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 공권력과의 충돌로 생명을 잃는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민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