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역행’ 中 작년 핵탄두 30개 늘려…美 군축압박 거세질 듯

SIPRI 연감, 美는 385개, 러는 125개 줄여
中 “핵무기 많은 국가와 군축 안해” 주장

중국이 지난해 국경절(10월1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ICBM ‘둥펑-41’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의 지난해 핵탄두 보유량이 30개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5일 평가했다. 미국이 미국·러시아 핵군축 협상에 중국도 끌어들이려고 애쓰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중국의 핵무기 확대는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SIPRI은 올해 1월 기준으로 중국이 32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세계 군비·군축·안보 상태를 평가한 2020년 연감’에서 밝혔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 규모는 작년 1월(290개)에 비해 30개가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올해 290개인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제3위의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됐다.

중국의 이런 노력은 전반적으로 핵무기를 줄이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과는 크게 차이 나는 것이다. 러시아의 핵무기는 2019년 6,500개에서 2020년 6,375개로 125개가 줄었다. 미국도 지난해 6,185개에서 올해 5,800개로 385개를 감축했다. 올해 핵군비 4위로 떨어진 프랑스도 작년 300개에서 올해 290개로 줄였다. 주요 핵무기 보유국가 가운데 중국만 크게 늘어난 셈이다. 중국은 앞서 2018년에도 10개를 늘린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핵군축 동참 시도는 한층 강해지게 됐다. 미국과 러시아는 오는 2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 협상을 시작할 예정인 데 미국은 중국도 초청한 상태다.

물론 중국은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군축 담당 특사인 마셜 빌링슬리는 지난 10일 트위터에서 “중국은 3자 협상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러의 군축 협상 담당자는 빌링슬리 특사와 세르게이 리아브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다. 뉴스타트 협정은 내년 2월에 만료를 앞두고 있다.


빌링슬리 특사는 “중국이 큰 권력 지위를 얻으려면 강한 책임을 갖고 행동해야 하고 핵무기에선 만리장성 같은 비밀이 없어야 한다”면서 “빈에서 중국을 기다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뉴스타트는 1991년 미국과 옛 소련이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감축 등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의 뒤를 이은 협정으로, 지난 2010년 체결됐다.

작년부터 중국의 핵군축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강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중국의 핵무기 및 미사일 능력이 미국 및 동맹국들에 점차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을 포함한 새 협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도 탈퇴하면서 중국도 INF 당사국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현재 중국은 이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가 월등히 많기 때문에 숫자가 적은 자신들은 핵군축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에서 “핵무기 비축량이 가장 많은 미국과 러시아가 핵군축에서 특별하고 최우선 순위의 책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지난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서 “ICBM인 ‘둥펑(DF)-41’ 탄두를 최소 100기로 늘리는 것을 포함해 핵탄두를 단기간에 1,000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프랑스 다음으로는 영국이 215개, 파키스탄 160개, 인도 150개, 이스라엘 90개 순으로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약 30~40개의 핵탄두를 보유 중인 것으로 SIPRI는 추정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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