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체크] 인종차별 반대 시위 촉발한 플로이드가 임산부 공격했다고?

전과 9범·임산부 공격?
마약에 취해 있었다?
과잉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실 변하지 않아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시위대가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하며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에 대한 관심이 국내에서도 뜨겁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지난달 25일 사망한 플로이드의 장례식을 마치며 시위가 다소 가라앉는 양상을 보였으나 애틀랜타에서 또 다른 흑인이 백인 경찰에 의해 사망하면서 다시 들끓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 플로이드에 대한 루머가 퍼지고 있습니다. 플로이드가 전과 9범에 임산부에게 총을 겨눈 전적도 있는 인물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같은 내용은 블로그나 관련 기사의 댓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이 같은 주장들 중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현지 언론을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먼저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볼까요. 5월 25일 경찰은 오후 8시께 사우스 미니애폴리스의 한 편의점에서 한 남성이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이용해 담배를 사며, 이후 근처에 주차된 차량으로 갔다는 신고를 받습니다. 여기서부터 사건이 꼬입니다. 이 편의점의 주인이 NPR에 전한 바에 따르면 이곳의 직원들은 누군가 위조지폐를 사용할 때 경영진에게 알리도록 훈련을 받고 있으며, 폭력사태로 번지지 않는 한 경찰 없이 해결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이날 911에 신고한 이는 이곳에서 6개월밖에 근무하지 않아 이 같은 규칙을 잘 몰랐다는 겁니다. 편의점 주인은 플로이드가 약 1년 동안 단골손님이었으며, 어떤 문제도 일으킨 적이 없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어쨌든 신고를 받은 경찰관 토머스 레인과 J.A. 쿤은 편의점을 찾아 이야기를 나눈 뒤 플로이드를 찾습니다. 경찰관 토머스 래인은 운전석에 앉아있던 플로이드와 이야기를 시작할 때 총을 꺼내며 손을 내밀라고 지시합니다. 플로이드는 이 명령에 따랐고 곧 차에서 내립니다. 레인은 플로이드에게 수갑을 채웠고, 플로이드는 그의 지시에 따라 땅바닥에 앉습니다. 레인은 플로이드의 이름 등과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를 물었고 위조지폐를 건넨 혐의로 그를 체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유튜브 캡쳐

오후 8시 14분 레인과 쿤은 플로이드를 일으켜 세우고 경찰차로 데려 태우려고 합니다. 이때 플로이드는 밀실 공포증이 있어 뒷좌석에 앉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그때 데릭 쇼빈과 투 타오라는 이름의 다른 경찰관 두 명이 현장에 도착해 플로이드를 경찰차에 태우려 합니다. 그때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쇼빈은 플로이드에게 수갑을 채운 상태에서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이후 쿤은 플로이드의 등을 잡고 레인은 다리를 잡습니다. 쇼빈은 그의 목 부위에 왼쪽 무릎을 올려둡니다.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고 와 ‘엄마’, ‘제발’이라는 말을 수 차례 말하고 곧 ‘죽을 것 같다’는 말도 합니다. 경찰관의 보디캠과 행인의 휴대폰에 찍힌 영상을 보면 쇼빈은 약 9분 동안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습니다. 심지어 플로이드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3분 동안에도 이 같은 행위를 지속했습니다. 이후 의료진이 플로이드를 구급차에 태웠으나 그는 결국 사망합니다.

전과 9범이다?

/트위터 캡쳐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위와 같은 이미지가 공유되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는 플로이드가 지난 1998년부터 2007년까지 코카인 소지와 임산부에 대한 무장강도 혐의로 각각 8개월~5년형을 받았으며, 사망 당시 마약에 취한 상태로 운전하려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내용은 절반만 맞습니다. 팩트체크 등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 스노프스닷컴이 입수한 해리스 카운티의 법원 기록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1997년부터 2007년까지 총 9차례에 걸쳐 플로이드를 체포했고, 그는 대부분 마약과 절도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첫 체포는 1997년 8월로, 플로이드는 1g 미만의 코카인을 타인에게 제공하려던 것이 적발돼 약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이듬해 플로이드는 각각 9월과 12월 절도혐의로 체포됐고 약 1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3년 뒤인 2001년 8월 플로이드는 경찰에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역 15일을 선고받습니다. 다만 법원 문서에는 왜 당시 경찰이 그를 심문했는지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후 경찰은 2002년 코카인을 1g 이하로 투약한 혐의, 2003년 무단침입 혐의, 2004년 1g 미만의 코카인을 타인에 제공하려 한 혐의, 2005년 1g 미만의 코카인을 소지한 혐의 등으로 그를 체포 기소했고, 플로이드는 30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임신한 여성에 총 들이댔다?
인터넷상에서 퍼진 사진이 언급한 2007년 사건은 어떨까요. 그가 이때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맞습니다. 당시 경찰관들의 진술에 따르면 그해 8월 9일 한 남성이 수도국에서 나왔다고 거짓말을 해 한 여성의 집에 들어갔습니다. 문을 연 여성은 곧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문을 닫으려 했지만, 그 남성은 강제로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이후 이 집 앞에 차량이 멈췄고 차에서 내린 흑인 남성 5명이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은 여성의 복부에 총을 겨누고 집을 뒤졌고, 다른 이들은 집을 둘러보며 마약과 돈의 위치를 말하라고 했습니다. 여성이 집에 그런 것들이 없다고 하자 이들은 이 여성의 휴대전화와 보석을 갖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약 3개월 뒤 휴스턴 경찰서는 당시 사건 현장에 머물렀던 차량을 찾았고, 플로이드가 운전자였으며 피해여성의 복부에 총을 들이댔던 사람으로 확인됐습니다. 당국은 흉기를 이용해 가중처벌이 가능한 강도 혐의로 그를 체포 기소했고, 플로이드가 유죄를 인정하면서 법원은 5년 형을 선고합니다. 플로이드는 이후 2013년 1월 가석방됐습니다.

다만 관련 자료에 따르면 당시 피해여성이 임신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가 무장 강도로 5년형을 선고받은 것은 맞지만 당시 피해자가 임산부였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은 거짓으로 보입니다.

체포 당시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
마지막 루머는 그가 지난달 25일 체포될 당시 마약에 취한 상태였다는 내용입니다. 부검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펜타닐과 필로폰에 양성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해서 그가 마약에 취해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펜타닐의 경우 처음 맞은 날로부터 3일 동안 서서히 배뇨작용을 통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필로폰의 경우 8~24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되는데, 이후 혈액에서 필로폰이 감소하더라도 5일간은 양성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로체스터 대학 메디컬센터에 따르면 플로이드의 혈액에서 발견된 필로폰의 양은 일부 환자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범위에 속합니다. 결국 플로이드가 당시 마약에 취해있었으며, 경찰관의 진압이 아니라 마약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됐다는 설명입니다.

과잉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실 변하지 않아
플로이드가 전과자이든 아니든 그가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플로이드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고 경찰에 지시에도 잘 따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그에게 수갑을 채웠고 목을 짓눌렀죠. 지나가던 행인이 플로이드가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의 맥박을 체크하라고 수차례 말하고, 그를 죽게 할 거냐고 외치는 상황에서도 경찰은 이를 무시했습니다.

/트위터 캡쳐

일각에서는 그가 위조지폐를 사용해 신고 당한 것을 두고 책임을 전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당한 비판은 아닙니다. 포브스에 따르면 텍사스 댈러스 소재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의 마크 맥코이 고고학 교수는 플로이드가 인종차별로 사망한 것이라며, 본인의 위조지폐 사용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백인인 맥코이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조지 플로이드와 나는 둘 다 2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사용한 혐의로 체포됐다. 내 또래이자 두 아이를 가진 조지 플로이드에게는 사형선고였다. 나에게는 파티에서 가끔 하는 이야깃거리다. 그게 백인의 특권이다”.

이 트윗은 200만 건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고 61만 건 이상 리트윗됐습니다. 위조지폐를 사용해 체포됐던 일이 백인에게는 술자리 안줏거리에 불과하지만, 흑인에게는 사망으로 이어진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전과를 언급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생각해봅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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