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태평양에 항공모함 3척 배치… 中 "파괴 무기 있다" 반발

2017년 북핵위기후 최대규모
中, “미 패권정치”라며 맹비난
미중, 17일 하와이서 고위급 회담



미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AFP연합뉴스

미국 해군이 중국을 겨냥해 태평양에 2017년 북핵 위기 후 최대 규모인 3척의 항공모함을 동시에 배치하면서 역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현재 미 해군의 10만t급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시어도어 루스벨트호·니미츠호 3척이 태평양에서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호와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는 서태평양에서, 니미츠호는 동태평양에서 작전 중이다. 미 해군 보유 7척의 항공모함 중 3척이 태평양에 배치된 것이다. 나머지 4척은 정비를 위해 항구에 정박 중이다. 각 항공모함에는 60대 이상의 항공기가 실려 있다.

CNN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둘러싼 북한과 긴장이 정점에 달한 2017년 이후 태평양에서 항공모함이 가장 대규모로 전개된 것”이라며 “이번 활동이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미 태평양함대가 전진 배치된 잠수함 모두 서태평양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8척 이상의 잠수함이 작전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에서 작전국장을 지낸 칼 슈스터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잠수함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고 이는 중국의 대응 계획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특히 중국이 미 항공모함까지 계산해야 할 때는 더욱더 그렇다”고 말했다.

미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연합뉴스

중국은 이 같은 미국의 군사 행동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미국이 이 지역 전체와 세계에 최강의 해군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시도이며, ‘패권 정치’”라며 맹비난 했다. 아울러 “중국은 대함 탄도미사일과 같은 항공모함 파괴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 해군에 대응해 군사 훈련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최근 미군 수송기가 이례적으로 대만 영공을 지난 것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지난 9일 일본 오키나와 기지에서 이륙한 미 수송기 C-40A가 대만 영공을 지나자 중국은 수호이(SU)-30 전투기 여러 대를 보내 대만 서남부 공역에 진입하는 무력시위에 나섰으며, 대만 공군 전투기들까지 발진해 퇴거 작전에 나서면서 군사적 긴장이 크게 고조되기도 했다. 당시 미 해군은 병참 활동을 위한 일상적 비행이라고 설명했지만 중국은 주권과 안보를 훼손하고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미 해군은 지난 4일 대만해협을 따라 유도미사일 구축함을 운항했고 올해 들어 중국이 자국의 주권이 미치는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남중국해에서 전함을 동원해 수차례 ‘자유의 항행’ 작전에 나서면서 중국과 갈등을 빚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최근 무역분쟁과 화웨이, 남중국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홍콩 문제 등 경제·군사·기술·외교의 분야에서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양국 간의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조만간 하와이에서 고위급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오는 17일 하와이에서 대면 협상을 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이 개최되면 지난 1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백악관에서 만나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이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양국 고위급 인사가 직접 만나는 것이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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