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언태(왼쪽부터) 현대자동차 사장과 송철호 울산시장,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이 지난 4월 22일 울산 북구의 한 식당에서 울산페이로 음식값을 지불하고 있다./서울경제DB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겪으면서 지역화폐의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쇠퇴한 지역 상권을 살리는 수단으로 시작한 지역화폐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지역 경제를 살리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의 주요 결제수단으로 자리잡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지역화폐 발행에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투입되는 구조여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재정에 발행규모를 늘리는데 제약이 따른다. 정부가 3차 추경안에 지역화폐 예산으로 3조원가량을 편성하자 지자체들이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유다.
16일 전국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울산시가 도입한 울산페이는 올해 2월까지 가입자가 5만여명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 3월부터 할인율을 10%로 올리고 구매한도도 1인당 100만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면서 2월 말 35억원이었던 발행액은 5월 말 기준 1,438억원으로 늘었고, 가입자도 같은 기간 9,798명에서 22만7,850명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이용자가 폭증하면서 확보한 10% 할인 보조금이 바닥나자 이달부터 5% 할인으로 낮추고, 1인 월 구매 한도 역시 10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낮췄음에도 지난 15일 기준 누적 발행액이 1,544억원으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경기도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올해 발행할 지역화폐 규모는 1조2,567억원에 달한다. 이는 당초 계획했던 발행액 8,000억원 규모를 넘어선 금액이다. 지난달 말 현재 도내 31개 시·군에서 발행한 지역화폐 규모는 8,289억원이다. 재난기본소득으로 발행된 지역화폐는 포함되지 않아 이를 포함할 경우 전체 발행규모는 더 늘어난다. 도는 최근 코로나19로 침체한 골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각 시·군과 협조해 한시적으로 10%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해 골목상권 소비를 유도해 영세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부산지역화폐 동백전카드 시안./사진제공=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을 지난해 12월 말 출시한 부산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발행 4개월만인 4월 28일 기준으로는 75만명이 카드를 발급받아 사용 중이며 올해 발행목표액 3,000억원을 크게 넘어선 5,000억원가량이 발행되면서 예산이 가파르게 소진되자 추경 예산으로 100억원을 추가 확보했다. 부산시는 정부가 3차 추경으로 지역화폐 예산을 따로 편성하자 7,200억원 규모의 국비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 14일 현재 ‘인천이음카드’ 가입자 수가 120만8,000매에 이르고 충전액은 2조3,000억원, 결제액은 2조7,1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는 최근 1,000억원을 투입해 캐시백 10% 확대 정책을 8월까지 2개월 연장 시행하기로 했다. 이음카드 사용자는 월 50만원 한도 내에서 결제액의 10%를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시민 1명당 26만6,000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올해 인천시의 이음카드 관련 예산은 총 1,976억원이다.
광주시의 경우 1,000억원 규모의 가계긴급생계비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일부가 광주상생카드로 지급해 지역화폐 확산을 꾀하고 있다.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한 긴급생계비는 29만1,798가구에 1,006억원이 광주상생카드로 지원됐고, 이중 상당액이 지역 음식점과 편의점 등에서 사용돼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진 것으로 시는 분석했다.
지난 3일부터 발행하기 시작한 대구행복페이 발행 포스터./제공=대구시
뒤늦게 발행 대열에 뛰어든 지방정부의 지역화폐도 조기 안착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출시된 대전지역화폐 ‘온통대전’은 한 달만에 21만6,000명이 회원가입을 하고 744억원을 발행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대구시도 지난 3일 충전식 선불카드인 ‘대구행복페이’를 정식 발행했다. 발행 후 4개월 동안은 특별할인율 10%가 적용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행복페이가 어려움을 겪는 시민과 소상공인에게 희망이 되고 지역경제의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