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유수 국제영화제를 줄줄이 좌절시킨 코로나 19가 결국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도 흔들었다.

15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 영화예술아카데미(AMPAS)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을 내년 4월 25일에 개최하기로 했다. 내년 시상식은 2월 28일로 결정됐었으나 코로나 19로 영화 제작, 개봉 등이 줄줄이 밀리면서 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일정이 변경되는 건 40년 만에 처음이자, 아카데미 역사상 네 번째다. 1981년의 경우 시상식 개최 4시간 전에 레널드 로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이 터지면서 행사가 하루 연기됐었다. 1968년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으로, 1938년에는 로스앤젤레스 대홍수로 일정이 조정된 바 있다.


아카데미상 이사회는 시상식 일정 연기에 따라 출품작 자격 심사 기간을 내년 2월 28일까지로 연장하고, 오스카상 후보 작품과 후보 연기자 발표도 내년 3월 15일로 바꿨다.

데이비드 루빈 아카데미 회장과 돈 허드슨 아카데미 최고경영자(CEO)는 공동 성명에서 “시상식 연기는 영화 제작자들의 그들의 작품을 완성하고 개봉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며 “그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것(코로나 19)로부터 벌칙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시상식 공동 주관사인 ABC엔터테인먼트의 캐리 버크 사장은 “우리는 올해 미지의 영역에 있다”며 “내년 시상식이 안전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아카데미 측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계에서는 코로나 재유행 등이 변수로 남아 있어 아카데미상의 시상 방식 등이 또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아카데미는 코로나 19를 이율 올해에 한 해 출품 기준도 완화한 바 있다.

한편 아카데미가 일정을 조정하면서 미국 내 다른 시상식 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74회 토니상 시상식은 현재 무기한 연기됐고,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날짜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제72회 에미상은 현재까지 9월 20일 시상식을 그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