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홍준표 의원(왼쪽)과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21대 국회 개원 기념 특별강연에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1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 입성에 성공한 홍준표 의원이 제21대 국회 원 구성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에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빼앗긴 미래통합당을 향해 “모양 갖추기에만 급급한 패션 야당은 5공 시절 민한당이 될 뿐”이라며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홍 의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이 단독 본회의를 열고 중요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하는 동안 통합당이 무기력했던 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때문이라고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유례없는 국회 폭거를 당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오만에서 비롯됐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야당이 깔보였고 야당이 무기력했기 때문”이라며 “무기한 권한을 달라. 무제한 권한을 달라. 대선후보는 내가 정한다고 당을 얕보고 덤벼도 아무도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야당을 보고 (여당이) 앞으로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되겠다는 자만심이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한 야당이 아니라 길들여진 야당을 만나 신난 것은 민주당”이라며 “앞으로 이런 상태는 계속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발언은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준 통합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의미임과 동시에 당이 김 위원장의 통제 아래 있는 한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홍 의원은 “(여당이) 협상하는 척만 하고 종국에 가서는 자기들 마음대로 하는 일당 독주 국회를 만들 것”이라며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이외에는 2년 뒤 대선만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당분간 국민들 눈치를 볼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현 상황을 짚었다.
이어 “강한 야당으로 거듭나는 길 만이 살 길”이라며 “더이상 모양 갖추기에만 급급한 패션 야당은 5공 시절 민한당이 될 뿐이다. 부디 야당 인사들은 이런 현실을 숙지하고 잘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21대 국회 첫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15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뒤 통합당 의원들의 빈자리 옆을 지나고 있다.이날 주 원내대표는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앞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은 여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국회 원 구성을 위한 본회의를 열고 6개 상임위원장에 대한 무기명투표를 실시했다. 양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6일부터 21일간 협상을 벌였지만 박 의장이 제시한 원 구성 합의 데드라인인 15일까지 협상안 도출에 실패한 데 따른 판단이다.
이에 따라 법제사법위원장에 4선 윤호중, 기획재정위원장에 3선 윤후덕, 외교통일위원장에 5선 송영길, 국방위원장에 3선 민홍철,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에 3선 이학영, 보건복지위원장에 3선 한정애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발표한 6개 상임위원장 후보자 명단을 두고 국회 본회의 표결을 진행해 선출을 확정했으며, 미래통합당은 의사진행발언을 한 주호영 원내대표를 제외한 전원이 불참하며 불복 의사를 드러냈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의 상임위 강제배정과 여당의 상임위원장 단독선출은 제헌국회 이래 없었던 일”이라고 반발하며 원내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