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늘자 돈 모자라네…신용융자재원 확보 나선 증권사

NH투자증권 유통융자 방식 자기융자로 전환
미래에셋대우는 반대로 유통융자 방식 도입
'2년만의 최대' 신용융자에 재원 마련 나서
신용융자 이익 '평균 200억' 1분기 넘어설까

여의도 증권가

◇신용거래 융자 잔고 현황(단위:억원)

구분 잔고
3월 25일 6조4,075
4월 29일 9조434
6월 12일 11조8,627
*자료:금융투자협회

이른바 ‘빚투’로 불리는 신용거래를 활용한 주식 투자 급증에 증권사들이 신용융자재원 확대에 나섰다. 기존 융자 물량이 한도에 이른 증권사는 자기자본을 활용한 신용융자에 나섰고, 자기자본 물량을 활용하던 증권사 새로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유통융자에 나섰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005940)은 지난 10일부터 최근 신용거래융자(매수) 방식을 유통융자에서 자기융자로 전환하겠다고 공지하고 11일부터 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신용융자란 증권회사가 투자고객으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거래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하며 증권시장의 상황을 파악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유통융자는 증권회사가 한국증권금융으로부터 대출받아 고객에게 융자하는 것인 반면 자기융자는 증권회사가 자기 자금으로 고객에게 융자하는 방식이다. 유통융자는 단순히 중개 역할을 해 안정적인 마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자기융자는 리스크를 지지만 수수료를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증권사들은 유통융자와 자기 자금 중 선택해 신용거래융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각사의 상황에 맞게 능동적으로 운영된다.

NH투자증권이 신용거래융자 방식 전환에 나선 배경은 재원 부족이다. 최근 개인들의 사이에 신용거래를 활용한 주식 투자가 급증하며 증권사 신용융자가 크게 늘었지만, 증권사 신용융자를 위한 재원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11조8,627억 원으로 지난 3월 말 대비 80% 이상 급증했다. 지난 2018년 6월 28일(11조8,882억원)이후 2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매년 한국증권금융과 한도를 정해놓고 대출을 시작하는데, 그 한도가 초과 돼 증액 협의를 해야 할 상황이 온 것”이라며 “향후 협의가 완료되면 유통융자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이에 앞서 이달부터 신용거래융자 방식을 자기융자에서 유통융자로 전환했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조달 방식을 다양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마다 정확한 신용융자 잔고를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키움증권(039490)과 같이 가장 많은 개인매매가 이뤄지는 증권사인데다가 주요 증권사 중 신용융자 금리가 6.9%(61~90일 기준)로 상대적으로 낮아 신용거래융자가 급증했을 가능성이 크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의 방향은 서로 정반대지만 그 배경에는 마찬가지로 재원마련이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2·4분기 증권사가 신용거래융자로 번 돈이 얼마나 될지도 관심이다. 지난 1·4분기에 주요증권사 중 키움증권이 347억원이 신융거래융자 이익을 낸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가 261억원, 삼성증권이 227억원, NH투자증권은 201억원의 신용거래융자 이익을 거뒀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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