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의 본능'?…'창녕 9세 소녀' 위탁 당시 친모가 맘카페에 올린 글에 '공분'

B씨와 맘카페에 올린 글. /KBS 보도화면 캡쳐

경남 창녕에서 9세 여아를 잔혹하게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어머니가 지역 맘카페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전력이 확인됐다. 친모는 아동학대 피해자인 큰딸을 위탁가정에 맡겨둔 채 아동학대 기사 등에 안타까움을 표하는 등 이중적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나 네티즌의 공분을 사고 있다.

KBS가 15일 보도한 경남의 한 인터넷 맘카페 게시글에 따르면 아동학대 피해자 9살 A양의 친모로 추정되는 B(27)씨는 A양이 위탁가정에 맡겨져 있던 2015년 11월부터 2년 동안 모두 170건의 글을 작성했다.

이 가운데 아동학대 관련 기사에 분노와 모성애를 표출한 글은 모두 9건으로 B씨는 2015년 강원도의 한 아버지가 상습적으로 자녀를 폭행했다는 뉴스를 공유하면서 ‘울화통이 터진다’, ‘기사를 보자마자 욕밖에 안 나온다’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

2016년 6월에는 ‘어미의 본능이라고’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B씨는 게시글에 “치매인 70대 어머니가 딸이 죽은지도 모르고 2주 넘게 돌보는 일이 있었는데 그 기사 댓글에 달린 내용이 감동”이라며 댓글을 캡쳐한 이미지를 올렸다.

댓글에는 ‘차가워진 딸을 만지며 몸이 와이래 차노 단디 덥고 자그라며 중얼거리는 어느 정신이 온전치 못한 노인에게는 똥과 된장을 구분할 머리는 없어졌어도 자식 걱정하는 어미의 본능은 남아있더라…’라고 적혀있었고, B씨는 이에 “이걸 보고 펑펑 울었다”며 모성애를 표현했다.

2016년 9월에도 자신이 거주하는 거제지역의 한 어린이집 학대 사건과 인천의 아동학대 사건 관련 글을 퍼나르며 해당 글을 널리 알려달라고 했다. B씨는 글에서 “인천지역 카페에서 지금 난리다. 천사가 된 아가. 남은 가족들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학대 아동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B씨와 맘카페에 올린 글. /KBS 보도화면 캡쳐

B씨는 이렇듯 지역 맘카페에서 활동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 특히 자신의 딸인 둘째와 셋째, 넷째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위탁가정에 맡겨진 첫째 A양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았고, A양이 집으로 돌아온 뒤에는 A양을 향한 분노나 A양에게 가해진 체벌 등을 언급했다.

A양과 관련된 글은 ‘11살 되니 이젠 너 죽자 나 죽자고 싸워요’, ‘거짓말 때문에 아이와 사이가 멀어져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왔네요’, ‘2학년 때부터 가끔 욕을 듣긴 했는데 3학년 되니 습관이 돼 있더라고요. 그러면서 고학년 언니들하고 연락하면서 애가 까지기 시작해서 저는 애 보는 앞에서 망치로 폰 부숴버렸어요’ 등이었다.

또 이러한 갈등은 극심한 체벌로 이어졌다. B씨는 ‘딱 양아치 짓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때려서 잡았어요. 처음 잘못했을 때 종아리 회초리로 10대 시작해서 100대까지 때렸는데 친구들이 엄마 아동학대로 신고하라면서 떠밀더라고요. 와 진짜 영악하다고 해야 하나’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2월16일에는 ‘나를 칭찬해’라는 게시판 ‘첫째를 용서한 것을 칭찬해요’라는 제목의 글도 올렸다. B씨는 해당 글에서 “며칠 전 첫째의 3가지의 아주 큰 잘못... 피해자는 아빠 엄마 동생 두 명. 너무 화가 나 말도 안 하고 냉전 상태로 지냈는데 오늘 둘째, 셋째가 ‘엄마, 언니 한번 용서해주세요’라고 해서 첫째를 용서해줬다”며 “첫째를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썼다.

이 글에서도 B씨는 ‘이렇게 용서까지 해주라는데 애들 너무 예쁘고 착하게 잘 크고 있는 것 같아서 그나마 위안을 받았다’, ‘꼬맹이 둘 다 며칠 내내 아팠을텐데’라며 둘째와 셋째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지만, 첫째를 향해서는 ‘이렇게 쉽게 용서하는 게 잘하는 짓인지 모르겠지만 이 한 번의 용서로 다시 집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래본다’라고 했다.

경남 창녕의 한 편의점에서 발견된 A양. /사진=채널A 뉴스 화면.

앞서 B씨는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을 이용해 A양의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는 등 충격적 가학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계부와 함께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프라이팬에 손을 지지고, 쇠파이프로 온 몸을 때리는 등의 학대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은 아동전문보호기관에 밥도 하루 한끼만 먹었다고 전했다. 혼자서 다락방에 살면서 집 안에서도 철저하게 감금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A양은 지난달 29일 부모의 학대를 피해 4층 빌라 베란다 난간을 통해 비어 있는 옆집으로 도망쳤다. 옆집 출입문을 통해 밖으로 나온 A양은 도로를 뛰어가다 주민에 의해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양은 얼굴과 온 몸에 멍자국이 있었으며 손가락에는 심한 화상을 입어 물집이 잡혀 있는 등 지문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머리는 찢어져 피를 흘린 흔적이 있었다.

현재 B씨는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지난 12일 병원에 입원, 정밀 진단을 받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쯤 경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아동학대 공범인 계부는 지난 15일 구속됐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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