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실물경제-금융시장 괴리...자산버블 우려”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
"금융사, 코로나로 어려운 기업에 보다 적극 역할할 필요" 쓴소리

손병두(오른쪽 두번째) 금융위 부위원장이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위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사에 “코로나19에 의한 유동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손 부위원장은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점검반 회의에서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리스크 부담능력이 더 높은 경제주체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의 불확실성 하에서 더 많은 역할을 부담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 부위원장은 “금융사는 국제금융시장과 자본시장 등 다양한 자금조달원에 접근이 가능하고 리스크 풀링과 기업금융에 대한 노하우 등 자금조달과 리스크 관리에 여러 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이 여전히 금융지원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간 불균형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배경이다. 손 부위원장은 “이른바 ‘금융시장과 실물지표의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며 “시중의 유동성이 기존의 우량기업과 금융시장 내에만 머무르면서 신용등급이 낮거나 코로나19로 업황 전망이 좋지 않은 기업에게까지 자금이 충분히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시중 유동성의 흐름을 생산적인 부문으로 돌리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없다면 금융시장 내에서의 양극화와 금융과 실물경제와의 불균형이 확대될 수 있다”며 “또 비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이 쏠려 자산가격의 버블을 초래하는 등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정책이 의도하지 않은 효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사가 풍부한 유동성을 중소·중견기업으로 돌려 자산가격 쏠림을 막고 실물경제 회복에 일조해 실물-시장의 괴리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손 부위원장은 “유럽중앙은행(ECB)에서는 금융권이 자본, 유동성 문제로 실물경제 위기를 증폭시켰던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코로나 사태에서는 실물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가계와 기업들이 어려운 시기를 버틸 수 있게 자본여력(buffer)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며 “금융권이 실물경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장치가 될 수 있게 적극적인 역할을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손 부위원장은 “정부도 저신용 회사채CP 매입기구, 자동차산업 상생협력 특별보증, 기업자산 매각 프로그램, 프라이머리 자산담보부증권(P-CBO) 매입대상 확대 등을 통해 금융지원 사각지대를 채워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이달 중 1조원 어치의 P-CBO를 발행할 예정이다. 손 부위원장은 “또 중소·중견기업들이 신용도가 상승해 금융을 쉽게 이용할 수 있게 정책금융기관이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기업 스스로 신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도 논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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