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의 지난 1·4분기(1~3월) 당기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시가 급락한데다 증권사들이 판매한 펀드 등 투자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가 늘면서 주식 거래대금은 크게 늘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중 국내 56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5,274억원으로 전 분기(1조577억원) 대비 50.1% 줄었다. 또한 자기자본수익률(ROE)은 0.9%로 전년 동기 대비 1.7%포인트 하락했다.
주요 항목별로 보면 1·4분기 증권사의 실적을 끌어내린 요인은 자기매매손익과 기타자산손익이다. 증권사의 자기매매손실은 1조78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7.3% 줄었으며 주식 관련 이익은 1,085억원으로 55.7% 감소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분기 대비 지수가 급락하면서 주식 처분 손익이 발생한 탓이다. 주식 관련 파생평가와 거래 손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파생 관련 손익은 전 분기 대비 무려 253.1%나 줄어든 6,71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금리 하락 추세로 채권평가 이익이 증가하면서 채권 관련 손익은 전 분기 대비 1조1,611억원 늘었다.
기타자산손실은 8,827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199.9% 줄어든 수치다. 외환 관련 이익과 대출 관련 이익이 각각 256.5%, 6.7% 늘었으나 펀드 관련 이익이 전 분기 대비 457.5% 줄어든 1조8,53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기타자산손실을 이끌었다. 유가 하락으로 원유 상장지수펀드(ETF) 가치가 크게 하락하는 등 증권사가 보유한 펀드 자산에서 손실이 대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수료 수익은 전 분기 대비 16.6% 늘어난 2조9,753억원을 기록했다. 주식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수탁 수수료가 1조3,798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61.1% 늘어난 덕분이다. 특히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65.9%,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41.7% 늘었다. 반면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는 9,04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0.9% 줄었다.
한편 증권사의 자산 총액은 현금 및 예치금, 채권 등이 증가하면서 578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9.7% 늘었으며 투자자 예수금과 초대형 IB 발행어음 증가로 부채 총액도 22.7% 늘어난 516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61조6,000억원으로 0.3% 줄었다. 증권사의 평균 순자본 비율은 546.2%로 전 분기 말 대비 9.7%포인트 감소했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식·펀드·파생 관련 손익이 줄면서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 이익과 수수료 수익 증가에도 당시 순이익이 하락했다”며 “코로나19 이후에도 국내외 주식시장의 잠재 리스크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채무보증 등을 상시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