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엔 103억, 올해는 220억?…치솟는 美 100세 화가 작품값

미국 현대미술 대표화가, 웨인 티보 작품
경매 시장 나올 때마다 가격 계속 높아져
작년 99살 생일 앞두고 850만 달러 낙찰
7월 경매 출품작은 1,800만 달러서 시작

웨인 티보 ‘4개의 핀볼 머신’, 1962년작./사진출처=크리스티

99세에 기록한 생애 경매 최고가, 100세에 다시 경신할까.

미국인이 사랑하는 100세 현역 화가 웨인 티보의 1962년 작품이 크리스티의 경매 목록에 등장했다. 단연 관심사는 작품의 가격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티보의 작품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출품 된 ‘4개의 핀볼 머신(Four pinball machines)’의 추정가는 최저 1,800만 달러(한화 224억원), 최고 2,500만 달러(한화 303억원)다. 최저가에만 낙찰되더라도 지난 해 11월 소더비에서 세웠던 생애 최고가 경매 기록을 2배 이상 경신하게 된다. 낙찰 여부는 다음 달 10일 크리스티의 ‘ONE 글로벌 20세기 미술 경매’에서 확정된다.

블룸버그 등 미 경제 전문지에 따르면 오는 11월 100번째 생일을 맞게 되는 티보는 다음 달 크리스티 경매를 앞두고 다시 한번 미술에 관심이 많은 재력가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4개의 핀볼 머신’은 일반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티보의 그림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크리스티 측은 설명했다.


40년 전 첫 경매 이후 계속 개인 소장
희소성도 높은 편이다. 이 그림은 1981년 첫 경매에서 14만3,000달러에 낙찰된 후 현재까지 경매장에서 공개된 적이 없다. 첫 경매에서 그림을 품에 안았던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개발업자 도널드 브렌이 이듬 해인 1982년 개인 간 직거래 방식으로 투자 매니저 켄 시벨에 넘겼고, 시벨은 이후 계속 그림을 집안에만 걸어뒀다.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의 장인이기도 한 시벨은 당시 브렌에게 그림을 다시 팔게 될 경우 꼭 본인에게 매각하라고 개별 연락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벨은 결론적으로 간절함 덕분에 대단히 성공적인 미술 투자를 한 셈이 됐다.

웨인 티보의 2011년 작 ‘케익 진열장’/사진출처=소더비

출품작은 낙찰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00살에도 여전히 붓을 놓지 않고 있는데다 티보가 주로 그리는 도시 풍경과 음식, 사물의 색감과 붓질 등이 매우 ‘미국적’이어서 미국인들의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미국 예술가 최고의 영예인 국가예술훈장도 이미 수훈했다. 이에 지난 해 11월 소더비 경매에서도 티보의 ‘진열장 속 케익(Encased cakes, 2011년 작)’이 최고 추정가를 뛰어넘어 846만4,800달러(한화 103억원)에 낙찰됐었다.

다만 티보는 경매로 자신의 작품 가격이 오르는 데 대해 다소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해 4월 크리스티 측과 인터뷰에서 “수많은 화가들이 생계가 힘들어 다른 일을 하기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미소 짓는 게 좋다”며 “정말 즐거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크리스티의 경매는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방식으로 진행된다. 코로나로 온라인 경매를 늘려오던 가운데 이번에는 세계 예술 중심 도시인 홍콩, 파리, 런던, 뉴욕에서 릴레이로 진행된다. 홍콩에서 7월 10일 오후 8시(현지시간) 경매가 시작되고, 이후 파리, 런던, 뉴욕으로 이어지는 식이다. 각 도시 경매장에서 경매사가 순차적으로 경매를 진행하며,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응찰할 수 있다. 티보의 ‘4개의 핀볼 머신’ 외에도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버전 ‘F’),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즐거운 그림과 누드’ 등이 출품돼 새 주인을 기다린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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