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는 이재용 부회장 개인 회사가 아닙니다. 주주가 주인인 회사입니다.”
삼성전자 지배구조와 관련한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 삼성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21.21%에 불과하다. 삼성 총수 일가는 삼성전자의 주요 주주이지 주인이 아닌 셈이다. 지난 15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5.04%로 주주 비율만 보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외국계 회사에 가깝다.
그래도 삼성전자가 한국 기업으로 분류되는 것은 경영권을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국인들이 쥐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기준 한국에서 10만6,877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며 지난해 10조5,404억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2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그룹사들과 함께 국내에 3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경영진은 압도적 성과로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 1·4분기 기준 TV 시장에서는 32.4%, D램 시장에서는 44.1%,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33.3%,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20%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과만으로는 삼성전자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버겁다는 점이다. 향후 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 시 총수 일가 지분은 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대주주 경영권 승계 시 최고 세율이 65%까지 높아져 외국계 사모펀드 등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삼성전자는 구글 등 몇몇 업체들이 보유한 ‘차등의결권’이 없는데다 몇 년째 이어온 검찰 수사에 경영권 방어 수단도 모두 내려놓은 상황이다.
자본에는 국적이 없지만 외국인 주주가 경영권을 쥔 삼성전자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과 같은 일자리 창출 노력, 수십조원의 국내 투자 단행, 대규모 국내 사회공헌 활동 등은 모두 기대하기 힘들다. 중국 자본에 넘어갈 경우 하이디스나 쌍용차처럼 핵심 기술 유출 후 시장에 싼값에 매물로 나올 수도 있다.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문제와 관련한 검찰 수사에 삼성전자 주주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는 이유다.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