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공모주에 줄 선 뭉칫돈...제일모직 '30조 청약 신화' 깨질 수도

"잡기만 하면 대박" 마이너스통장까지 털어 투자 채비
SK바이오팜 23~24일 청약...사상최대 자금 유입 예상
'알짜' 한진칼 BW도 대기 중...열기 당분간 이어질 듯


“10억원 이상을 장전하고 SK바이오팜 청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고객들의 문의가 심심치 않게 옵니다. 2014년 제일모직 공모 때의 열기가 느껴질 정도입니다.”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의 일반청약이 다가오자 증권사로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청약을 맡은 네 곳의 증권사(NH투자·한국투자·SK·하나금융투자)는 물론 여타 증권사로까지 계좌 개설 등을 묻는 전화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IPO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증거금을 최대 얼마까지 넣을 수 있는지부터 신규계좌 개설, 예상수익률 등까지 세세한 질문이 많다”고 전했다.

현재의 분위기만 놓고 보면 지난 2014년 제일모직의 기록을 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제일모직은 30조원에 육박한 청약증거금이 몰리면서 경쟁률도 194.9대1을 나타냈다. 제일모직의 청약실적은 당시 최고기록으로 남아 있던 삼성생명(19조8,944억원)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깨지지 않은 철옹성이었다. 하지만 SK바이오팜이 넘치는 유동성, 초저금리 등의 환경을 무기로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증권사별로 최대 청약금액에 차이가 있지만 한진칼(180640) BW 공모청약도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대주로 꼽힌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한진칼은 강성부펀드(KCGI) 등 3자연합이 대거 신주인수권을 인수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주주우선공모 대신 일반공모를 선택했다. 이번에 발행되는 한진칼 신주는 약 331만주로 투자자들은 이 주식을 활용해 향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 발행주관사인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BW는 공모분리형 BW로, 채권 매매로 일부 손실이 나더라도 워런트(신주인수권) 매매로 이를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손실에 대한 부담이 작은 상품”이라며 “공모주급 인기는 아니지만 투자자들의 문의가 줄곧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메자닌 투자가 발행기업에는 ‘신의 한 수’일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는 자칫 커다란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현대로템의 경우 대북경협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상승했는데 이날 북한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주가가 급변동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진칼 역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경우 주가가 현 수준을 유지할 수 있지만 한쪽의 승리로 마무리되면 바로 하강곡선을 그릴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CB나 BW를 발행하는 기업이라면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는 자금조달을 하기 어려운 곳으로 봐야 한다”며 “투자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김민석·이혜진·김기정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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