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씨의 미국 송환 여부를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두 번째 심문이 16일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렸다. 손씨의 아버지가 재판을 참관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씨가 미국 송환을 피하기 위해 기존 주장을 번복하고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인정했다.
손씨는 당초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부인해 왔다. 이에 한국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제외한 아동 성 착취물 유포 등 혐의만으로 손씨를 기소했다. 반면 미국 검찰의 공소 요지는 범죄수익은닉(자금세탁) 혐의다. 미국이 손씨의 인도를 요청하는 것도 국내에서 기소되지 않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때문이다.
16일 서울고법 형사20부(재판장 강영수) 심리로 열린 손씨의 범죄인 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에서 손씨 쪽 변호인은 “검찰 수사기록을 보면 손씨가 아버지 명의의 계좌를 이용한 정황이 충분히 나왔고, 손씨도 아버지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송금했다는 부분을 인정했다”며 “한국 검찰이 기소만 하면 범죄행위에 대해 한국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기소 당시 범죄수익은익 혐의가 적용됐다면 미국의 인도 요청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 손씨 변호인 측의 요지다. 변호인은 “검찰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았든 기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 인도 청구가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이 아동음란물 관련 혐의뿐 아니라 범죄수익 은닉도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 단계에서는 기소만 되면 손씨가 (국내에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손씨가 중죄를 받더라도 가족이 있는 대한민국에서 처벌받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범죄인 인도법에 따르면 국내 법원에서 재판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는 인도 거절 사유가 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현재 미국 검찰은 손씨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웰컴투비디오’ 사이트를 통해 성착취물을 판매한 수익을 비트코인을 이용해 받고, 아버지 계좌 등으로 은닉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손씨 측은 그동안 미국 정부가 송환의 이유로 든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달 19일 열린 1차 심문 당시에도 변호인은 해당 혐의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사유가 없다고 주장했으나 이번 재판에서 이를 번복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손씨 변호인의 주장에 “(1차 심문 때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무죄라고 주장한 것으로 돼 있는데 오늘 변호인 주장을 들어보면 손씨가 이를 인정한다고 했다. (입장이) 바뀐 건가”라고 물었고, 변호인은 “법적 판단은 보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변호인은 재판 막바지에 “범죄은닉수익규제법 제3조1항은 전체적으로 손씨가 수사 단계에서 인정한 부분”이라며 “죄가 된다고 하면 달게 받을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손씨도 이날 심문에 출석해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너무나 부끄럽고 염치없지만 가족이 있는 한국에서 다시 처벌받을 수 있다면 어떤 중형이든 다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내달 6일 마지막 심문기일을 진행한 후 인도 허가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인도심사는 단심제라 불복 절차가 없다. 만약 재판부가 미국 송환을 결정하고 법무부 장관이 승인하면 손씨는 한 달 내 미국에 송환된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