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포럼 2020] 그래닉 단장은 물리학부터 생물학까지 '융합연구 대가'

■주제강연-스티브 그래닉 IBS 단장의 ‘초격차 전략’
'콜로이드 움직임 제어' 신기원 초석
감염성 질환 1시간 내 진단 이어
암세포만 죽이는 항암치료도 개발

스티브 그래닉 IBS 단장.

스티브 그래닉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은 물리학부터 생물학까지 아우르는 기초과학 융합의 대가로 꼽힌다. 지난 1978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학사, 1982년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일본·중국·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연구활동을 이어왔다. 2014년까지 일리노이대 어바나 섐페인 재료공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다 2014년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으로 영입됐다.

그래닉 단장의 대표적인 연구 분야는 콜로이드(colloid)다. 입자들이 다른 물질 속에 고르게 퍼져 떠다니는 상태의 혼합물을 말하는 콜로이드는 나노 입자보다 생산비용이 싸기 때문에 연구성과에 따라 활용범위가 넓다.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몸속에서 배터리 없이 움직이는 ‘미세로봇’, 입자 표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에서 동력을 얻는 ‘합성입자’ 등이 있다. 콜로이드를 좀 더 쉽게 설명하면 우유나 잉크·혈액·안개·마요네즈처럼 입자들이 용매 속에 균일하게 퍼져 떠다니는 상태의 혼합물을 말한다. 우유에는 투명한 물(용매)에 지방과 단백질·칼슘 등의 콜로이드 입자가 고르게 퍼져 둥둥 떠다닌다. 입자의 크기는 1㎚(나노미터·10억분의1m)보다 크고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1m)보다 작다. 콜로이드 입자는 생명체를 이루는 최소 단위이며 우리 몸에도 효소와 단백질 같은 무수한 콜로이드 입자가 이동한다는 점에서 콜로이드를 통제하는 법을 알아낸다면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의학계가 체내투입 미세치료로봇에 콜로이드의 통제법을 접목하기도 한다.

그래닉 단장은 나노의학과 공학에서 차세대 유망기술로 꼽히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를 주목하고 있다. 2006년 그래닉 단장이 만든 ‘야누스 입자’라는 능동 콜로이드 입자는 지름이 1㎛ 내외인 공 모양의 입자로, 표면의 절반만 특정 물질로 덮여 있다. 입자 각각의 반쪽이 가진 전기적·화학적 특징을 활용해 콜로이드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성을 띤 물질로 입자의 반쪽을 덮을 경우 자석으로 콜로이드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케미컬 소사이어티 리뷰’에 발표한 논문에서 그래닉 단장은 “콜로이드를 제대로 다루려면 집단 움직임을 알아야 한다. 사회나 국가를 파악할 때 한두 명의 행동이 아닌 집단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능동 콜로이드의 ‘자발적 움직임’을 우리 삶에 접목하면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은 효소부터 나노의학, 자기조립, 컴퓨터를 이용한 화학 합성, 비재래식 열기관까지 다양한 기초과학 융합 분야에서 성과를 쌓고 있다. 여러 연구의 공통목표는 화학·물리학·생물학을 결합해 인간의 환경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연구단은 최근 전기 연결 없이 손가락으로 장난감을 돌리듯 작동시켜 감염성 질환 진단을 1시간 이내로 끝낼 수 있는 진단장치를 개발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세포 환경에 따라 결정화 현상이 달라지는 나노 입자를 이용해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항암치료법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래닉 단장은 콜로이드 등의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미국물리학회 고분자 물리 분야 최고상을, 2013년에는 미국화학회 콜로이드와 표면화학 분야 최고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5년 미국국립과학원(NAS) 회원으로, 이듬해에는 미국학술원(AAAS) 회원으로 선출됐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He is...

△1953년 미국 △1978년 프린스턴대 학사 △1982년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 박사 △1985~2014년 미국 일리노이대 교수 △2014년 울산과학기술대 자연과학부 화학과 특훈교수 △2014년~ 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장 △2009년 미국물리학회 고분자 물리 분야 최고상 △2013년 미국화학회 콜로이드와 표면화학 분야 최고상 △2015년 미국국립과학원(NAS) 회원 △2016년 미국학술원(AAAS)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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