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꼬리 이자에 돈 맡길 은행이 없네" 정기예금 10개 중 6개가 0%대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60%...금리 0%대
시중은행 이어 인뱅, 저축은행도 수신금리 조정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낮아지면서 금융권의 예·적금 금리가 줄줄이 내려가고 있다. KB국민·NH농협·신한·우리은행이 잇따라 수신금리를 내린 데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정기예금 금리 조정에 나섰다. 저축은행들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했던 혜택을 줄이는 모양새다.

16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51개 중 31개 상품의 금리가 0%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1년동안 예금을 맡겨도 이자가 1%도 안 되는 상품이 10개 중 6개에 달하는 셈이다. 이들 가운데 12개월 만기 기준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낮은 상품은 전북은행 ‘주거래예금’과 우리은행 ‘WON 예금’, BNK경남은행 ‘라이프정기예금’ 등이다. 이들 상품은 12개월 만기 기준 0.55%의 금리를 제공한다.


시중은행들이 일제히 수신금리를 조정한 데 이어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0%대 금리 대열에 합류했다. 케이뱅크는 이날 ‘플러스K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연 1.05%에서 연 0.75%로 낮췄다. ‘주거래우대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1.25%에서 연 1.10%로 내렸다. 카카오뱅크도 금리 조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국민은행이 3영업일 만인 2일 가장 먼저 수신금리를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2일 예·적금 상품 일부의 기본금리를 0.15~0.4%포인트 내렸고 신한은행도 60여개 정기 예·적금과 수시입출금 상품의 기본금리를 0.05~0.5%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은 오는 17일부터 50여개 거치식예금·적금을, 20일부터는 14개 입출식예금을 대상으로 기본금리를 내린다.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 조정에 가세했다.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평균 예금금리는 지난12일 역대 최저치인 1.88%였다. 직전 최저치인 3월 말 1.89%보다도 더 낮아진 것이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12일 2.4%보다도 0.52%포인트나 떨어졌다. 대형사들도 일제히 수신금리를 인하했다. OK저축은행은 8일 ‘OK정기예금’ 금리를 1.8%에서 1.7%로 내렸다. SBI저축은행은 9일 ‘SBI스페셜정기예금’ 등 금리를 1.8%에서 1.65%로 낮췄다. 웰컴저축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웰컴직장인사랑보통예금’ 최고 금리를 연 2.5%에서 연 2.0%로 0.5%포인트 내린다.

은행 예·적금으로는 연 1%대 이자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워진데다 저축은행의 고금리 혜택도 자취를 감추면서 안전하게 돈을 굴리고 싶은 금융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뭉칫돈을 투자하고 싶어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진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전 금융권의 초저금리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금리가 0.1%라도 더 높은 상품을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들이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투자처를 옮겼지만 저축은행까지 금리를 내리면서 투자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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