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지난 11일 인하대학교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강의실을 소독하고 있다./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학가의 성적평가 방식까지 바꿔놓으면서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이 비대면강의의 평가 공정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선택적 패스 제도가 ‘학점 인플레’를 유발해 취업시장에서 다른 학생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홍익대와 서강대 등 일부 대학들이 성적평가 방식 전환을 발표한 가운데 기존 평가방식을 유지하기로 한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홍익대와 서강대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강의·시험으로 공정한 평가가 어렵다고 판단해 단순 낙제 여부만 따지는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A~D학점에 한해 학점성적 대신 등급표기 없는 급락성적(S/U)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A학점을 받은 학생이나 D학점을 받은 학생 모두 같은 평가를 얻는 셈이다. 이러한 평가방식은 사실상 학점 상승효과로 이어지고 그만큼 학업부담이 줄어든 학생들은 자격증 시험이나 대외활동에 좀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
홍익대와 서강대의 발표 이후 다른 대학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는 채용 시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려대 4학년생 A씨는 “A~B학점도 아니고 D학점까지 모두 ‘S’로 수렴된다면 학점이 올라가는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다”며 “우리 학교도 평가방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외대 커뮤니티에서도 부러움과 우려의 시선이 공존했다. 익명의 한 외대 재학생은 “타 대학에서 학점 인플레가 생기면 결국 우리만 손해를 보는 게 아니냐”며 “기업이 학교별로 다른 성적평가 방식을 고려해 채용과정에 반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려대·한국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글들. /해당 커뮤니티 캡처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처럼 학사 학점이 중요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한층 거셀 전망이다. 로스쿨 진학을 위해서는 최상위권인 졸업학점 4.0도 충분하지 않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한 로스쿨 준비생은 “로스쿨 입문시험인 법학적성시험(LEET)뿐 아니라 학점의 비중 역시 무시할 수 없다”며 “일부 대학의 평가방식 변경으로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대학가에서도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대학의 학생들은 포털사이트 검색창을 통해 집단으로 학교 측에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촉구하는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창에 ‘소통하라’를 입력하면 ‘연세대는 소통하라’ ‘국민대는 소통하라’ 등 ‘○○대는 소통하라’는 내용의 연관 검색어가 여럿 제시된다. 이는 학생들이 선택적 패스제 도입 요구에 응하지 않는 학교 본부를 상대로 집단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 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홍익대와 서강대를 제외하고 아직 도입 계획을 밝힌 곳이 없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