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찰 개혁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그를 둘러싼 경찰들이 박수 치고 있다./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찰의 인종차별과 과잉진압을 막기 위한 경찰개혁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경찰의 지지를 의식한 탓에 미온적인 대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인종과 종교·피부색·신념을 지닌 미국인에게 미래의 안전과 보안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두려움과 분열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법 집행관과 공동체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더 가깝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에 앞서 이번 시위의 기폭제가 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유족들을 만났지만 행정명령 서명식엔 유족이 아닌 경찰이 참여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과도한 물리력 사용으로 민원이 제기될 경우 해당 경찰을 추적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신질환자나 중독자·노숙자 등 비폭력적인 신고에 대처할 때 사회복지사가 함께 대응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물리력 사용과 긴장 완화 방법에 대한 경찰 교육 내용을 개선하고 경찰의 생명이 위협받을 때를 제외하고는 경찰의 목조르기를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다만 시위대가 요구하고 있는 경찰 예산 삭감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1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경찰 개혁 방안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하기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이번 자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을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 질서는 반드시 전국적으로 회복돼야 하며 당신의 연방 정부는 도울 준비가 돼 있고 의지가 있으며 능력도 있다”고 밝혔다. ‘법 질서(Law and Order)’는 시위대가 폭력·약탈·방화 등 과격한 방식을 사용하고, 자신과 경찰은 법 질서의 수호를 목표로 시위를 진압한다고 강조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 표현이다. 그는 또한 “그들(경찰)은 훨씬 더 자격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최소한 우리에게 감사를 받아야 하고 우리는 그들이 하는 일을 크게 존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명령이 경찰 예산의 삭감을 요구하는 운동의 대안이라고 밝히면서 이 운동을 급진적이고 위험하다고 비난했다.
외신과 정치권은 일제히 “미온적인 대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CNN방송은 이 행정명령이 인종 불평등과 법 집행 문제를 고려하면 온건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법 집행관들이 자신의 강력한 지지층이라고 생각해 조심스러워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대선을 우려해 정책을 제시했지만, 곧바로 법과 질서로의 복귀 요구와 약탈자에 대한 벌칙 위협으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했다. 바니타 굽타 시민인권지도자회의 대표는 “전면적이고 과감한 조치 요구와 비교하면 부적합한 대응”이라고 반응했고, 민주당 소속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인이 요구하는 포괄적이고 과감한 변화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