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원옥 할머니 돈 어디썼냐" 질문에 무릎 꿇었다는 쉼터 소장 며칠 뒤 사망

길원옥 할머니. /연합뉴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2) 할머니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마포쉼터 ‘평화의 우리집’에 머물면서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받아온 350만원이 매달 다른 계좌로 빠져나갔다는 진술이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씨로부터 나왔다.

조씨는 이를 확인한 뒤 마포쉼터 소장 손영미(60)씨에게 정확한 돈의 ‘사용처’를 알려달라고 여러 번 요청했으나 결국 증빙은 이뤄지지 않았고, 이후 손씨는 지난 6일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조씨는 최근 받은 검찰조사에서도 해당 부분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씨가 조선일보와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길 할머니의 양아들 황모 목사와 그의 아내 조씨는 지난 1일 길 할머니가 머물던 마포쉼터를 방문했다. 당시는 검찰이 마포쉼터 압수수색 등 정의연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던 와중으로 이 자리에서 손씨는 황씨 부부에게 자신의 명의(손영미)의 통장 2개를 건냈다.

통장 2개에는 각각 2,000만원, 1,000만원이 들어있었다. 손씨는 돈의 출처에 대해 ‘길 할머니가 사망 후 아들에게 2,000만원을 주고 나머지 1,000만원은 본인 장례비로 써달라고 하신 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씨에게 “내가 이걸(통장을) 가지고 있으면 불안하다. 자꾸 압수수색하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조씨는 손씨와 함께 쉼터로 돌아와 쉼터 2층에서 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조씨는 손씨에게 “소장님(손영미) 명의 말고 어머님(길원옥 할머니) 명의의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고, 손씨를 한숨을 쉬고 길 할머니 명의 통장 2개를 가지고 왔다.


길원옥 할머니(왼쪽), 길 할머니의 손자로 알려진 A씨가 작성한 댓글. /연합뉴스, SNS 캡쳐

길 할머니의 통장을 확인한 조씨는 길 할머니가 정부 등으로부터 매달 받은 350만원이 매달 어딘가로 빠져나갔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그 돈을 봤는데 살이 떨렸다”며 “(누군가 돈을 계좌에서) 다 뺐더라. 통장을 보니까 가슴이 아팠다. 진짜 위안부 할머니를 앵벌이시켰구나 싶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장을 본 조씨는 손씨에게 “어머니 돈이 어디 쓰였는지 알고 싶다”고 요청했고, 그러자 갑자기 손씨는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조씨는 “소장님, 그거 해명해주십시오”라고 재차 이야기 한 뒤 쉼터를 나섰다. 그리고 이틀 뒤인 지난 3일 조씨는 손씨에게 ‘소장님 아직 멀었나요. 은행 가시면 5~10분이면 (금액 사용처) 기록을 출력할 수 있는데 그걸 왜 안 주시나요. 바르게 하려면 뼈를 깎는 아픔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를 받은 손씨는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 “(2017년) 위안부 배상액 1억원 중 5,000만원은 정의연에 기부했고 1,000만원은 당시 조 씨 부부께 드리지 않았느냐”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아들 황씨 측은 “1,000만원이 배상금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는 ‘저와 관련한 모든 일들을 정리하는 것을 정대협 윤미향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길 할머니 유언장에 대해서도 손씨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올해 5월 황씨 부부는 쉼터에 연락해 ‘윤미향이 그런 유언장을 받아낸 이유가 뭐냐’고 물었고, 손씨는 “윤미향 의원이 지금 (정의연 사태로 인해) 정신이 없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 윤 의원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답변했지만, 만남은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앞서 조씨는 지난 7일과 11일 두차례 이뤄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소장 손씨가 길 할머니의 계좌를 활용해 돈 세탁을 했으며, 해당 문제를 제기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배후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고 추정하기도 했다.

이에 정의연 측은 오히려 양아들 황씨가 소장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해왔으며, 손씨가 사망하기 전 황씨에게 수천만원을 건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평련 전문가 초청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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