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소폭 상승 마감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한반도의 ‘지정학 리스크’가 부각된 와중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증시에서 매수에 나섰다. 과거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따른 증시 급락은 결국 반등으로 이어져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됐다는 학습 효과가 반영된 모습으로 풀이된다.
17일 코스피는 상승·하락이 여러 차례 엇갈린 끝에 0.14%(3포인트) 오른 2,141.05로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가가 519억원, 기관은 1,163억원 규모를 각각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1,532억원 규모를 사들여 소방수 역할을 해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기관 매도, 개인 매수가 이뤄진 가운데 지수는 0.02% 오른 735.40으로 장을 마쳤다. 과거의 지정학 리스크 관련 학습 효과와 함께 16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5월 소매판매량 통계 공개에 따른 경제회복 기대 속에 상승세로 마감한 것도 이날 국내 증시의 상승 동력으로 지목됐다. 지수는 소폭 상승했지만 거래금액은 유가증권시장 15조2,000억원, 코스닥시장은 10조3,000억원에 달했다.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악영향이 우려되는 경협주와 군사적 대비 태세 강화의 수혜가 기대되는 방산주의 희비는 엇갈렸다. 경협주 중 개성공단·금강산 사업과 관련된 현대엘리베이(017800)터가 3.88% 하락한 5만7,000원에 마감했고 아난티(025980) 9.83%, 좋은사람들(033340)이 7.31% 하락했다. 반면 방산기업 중에서는 코스닥시장의 스페코(013810)·빅텍(065450)이 나란히 상한가로 마감했고 유가증권시장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3.71%, LIG넥스원(079550)이 6.3% 각각 상승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남북 간 긴장 고조와 관련해 북한이 공세 강화를 예고했고 당장은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식·금융시장에 대한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북한의 도발이 어느 수준까지 이어지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분석팀장은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 성과로 ‘핵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중단’을 강조해왔으나 북한이 관련 활동을 재개한다면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고 미국의 반발과 대응이 예상된다”며 “북한이 레드라인(핵·미사일 활동 재개)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