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아파트단지 조성공사 현장/서울경제DB
6·17 대책에 따라 기존 비규제지역들이 대거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가운데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은 소외지역까지도 규제지역으로 편입되면서 거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한편 과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미분양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던 인천 검단신도시와 충북 청주도 이번 대책에 의해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미분양 악몽’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핀셋 규제’ 기조를 내세우던 국토부가 집값을 잡는다는 목적으로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확산하면서 부동산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단신도시 주민들은 이날 발표한 부동산 대책과 관련, 인천 서구 지역의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민원을 국토부에 제기하고 있다. 민원인은 “당하, 원당동 등 검단 지역은 수도권 지역에서도 가장 낮은 집값을 보이는 지역”이라며 “이번 규제에서 벗어난 김포시와 비교해도 집값이 낮다”고 지적했다.
인천 서구는 지난 8일 기준 집값이 한국감정원 기준 0.31% 상승하며 전주(0.24%)에 비해 상승 폭을 확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승은 같은 인천 서구 내 위치한 청라신도시 및 루원시티 등의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한편 원당동 ‘원당LG자이’ 전용 84㎡는 지난 7일 2억8,350만원에 실거래됐다. 5년 전 가격(2억7,000만원)과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현재 검단지역 주민들은 인천 서구 내 동 단위로 ‘핀셋 규제’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직 상당한 공급 물량이 남아있는 가운데 이번 규제로 인해 추후 분양에서 미분양이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단신도시가 속한 인천 서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미분양 물량이 2,607가구까지 적체되며 ‘미분양의 늪’이라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국토부가 최근 12·16 및 2·20 대책 등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지역을 옥죄면서 풍선효과로 미분양 물량을 모두 털어내고 최근 청약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동남택지지구 등 한동안 산적한 미분양 물량으로 고통받은 충북 청주 또한 억울한 것은 마찬가지다. 청주는 아직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해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으며 안성과 더불어 최장기 미분양관리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방사광 가속기 유치 등 호재로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올해만 해도 지난 8일까지 4.04% 올랐다. 이에 정부가 부랴부랴 일부 면 지역을 제외하고 청주 대부분을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것이다.
하지만 청주 시민들은 그간 소외되며 떨어진 집값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최근 들어 집값이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고점 회복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8년과 2019년 청주 아파트 가격은 오르기는커녕 각각 6.34%, 6.81% 감소했다. 청주 서원구 ‘청주사직푸르지오캐슬’ 전용 84㎡는 지난 6일 2억7,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12월 실거래가(2억4,000만원)와 비교하면 3,000만원 올랐지만 5년 전 거래가(3억800만원)와 비교하면 여전히 3,000만원 가량 낮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과거 대책에는 실수요자에 대한 일부 배려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 아래 전방위적으로 규제하는 모습”이라며 “지방의 경우 같은 지역이라 하더라도 등락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하더라도 실수요자 등 피해가 없도록 상세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