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서 열린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서 신동빈(왼쪽 세번째) 롯데그룹 회장이 박양우(〃네번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등 주요 참석자들과 ‘골든키’ 퍼포먼스를 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후 대외활동을 자제해오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7일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롯데백화점 강남점 ‘콘란샵’ 오픈식 이후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위기에 빠진 호텔사업에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호텔에 대한 지주 차원의 자금 수혈에 맞물려 신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를 직접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첫 공식석상=신 회장은 이날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서 진행된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 참석해 오프닝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객실과 부대시설 등 호텔 곳곳을 둘러봤다. 이날 행사에는 신 회장 외에도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상 등 정부·부산시 관계자와 황각규·송용덕 롯데지주(004990) 부회장, 이봉철 호텔·서비스BU장, 김현식 호텔롯데 대표이사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현식 호텔롯데 대표이사는 “시그니엘 부산은 코로나19으로 인해 위축된 부산 관광업계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며 “부산 지역 신규 일자리 창출과 고용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나아가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상생·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오전 부산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 타워에서 열린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오프닝 행사를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에 빠진 호텔 직접 챙긴다=이날 신 회장이 개관식에 참석한 것은 경영난에 처한 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호텔롯데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이후 롯데월드몰과 롯데칠성음료 스마트팩토리 등 현장에 깜짝 방문한 적은 있지만 공식적인 대외 활동에 나선 적은 없다.
호텔롯데는 코로나19 사태로 면세, 호텔, 레저 등 모든 사업 부문이 직격탄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지난 1·4분기 호텔롯데의 매출액은 9,284억원, 영업손실은 309억을 기록하며 적자를 냈다. 이에 롯데지주는 지난 11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푸드 지분 555억원 어치를 사들이며 자금 수혈에 나서기도 했다.
◇그룹 숙원인 호텔롯데 상장 의지=특히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해서는 호텔 사업의 정상화가 절실한 만큼 신 회장이 직접 챙기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앞서 지난 2월 신 회장은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며 상장 재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호텔롯데 내부에도 4년 만에 상장 추진팀이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초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악재로 인해 계획이 틀어졌다.
호텔사업은 화학과 함께 신 회장이 투자 확대 방침을 밝힌 사업이기도 한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호텔 사업에 대해 “인수합병(M&A)를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번째 프리미엄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호텔롯데가 지배구조 개편의 마지막 퍼즐인 만큼 경영 정상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