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코로나19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소량의 덱사메타손을 치료제로 사용한 결과 중증환자의 사망률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소호흡기에 의지하고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8~40% 떨어졌고, 기타 산소 치료를 받는 환자의 사망 위험은 20~25% 감소했다. 단 가벼운 증상을 보여 호흡에 문제가 없는 경증환자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팀은 영국에서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덱사메타손을 사용했다면 최대 5,000명의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며 당장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역시 영국의 덱사메타손 연구 결과에 대해 “과학으로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호평했다. 특히 영국 연구팀이 8명을 치료하는 데 들어간 약값이 불과 50파운드(약 7만6,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저렴해 개발도상국 등 재정 여건이 넉넉하지 못한 나라의 중증 환자 치료여건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낙관적 반응도 잇따랐다.
덱사메타손은 우리나라에서도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인 만큼 획기적인 코로나 19 치료제 탄생에 대한 기대가 퍼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에서 덱사메타손 성분으로 허가된 의약품은 주사제와 점안제, 정제(알약) 등 제형 관계없이 총 79개다. 1960~70년대부터 이미 국내에 공급됐고 제형 중 가격이 비싼 축인 주사제도 성인 하루 투여 비용이 6,000~7,000원 정도다.
다만 전문가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까지 스테로이드가 코로나 19 치료에 효과가 없다고 봤지만 영국 연구대로 의미가 있다면 평가할만하다”면서도 “다만 논문 자체가 공개되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고 부가 치료에 지나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스테로이드가 염증을 완화하는 데는 확실한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지만 적잖은 부작용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타냈다. 스테로이드는 면역기능을 떨어뜨리거나 위염과 어지러움증, 두통을 발생시키고 고령자에 장기 투여시 당뇨와 골다공증, 녹내장이 쉽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19 중증환자가 대개 고령층이고 기저질환이 있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오히려 몸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셈이다. WHO 역시 전염병의 치료 초기 단계에 성급하게 스테로이드제를 사용할 경우 체내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방역당국 역시 덱사메타손은 어디까지나 보조치료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치료제라기 보다는 염증 반응을 완화해주는 목적으로 쓰는 약물로 판단한다”며 “(렘데시비르 등) 다른 치료제에 영향을 미칠만한 약물은 아니며 보조적인 치료제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증시에서는 덱사메타손 제조사들에 매수세가 몰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원제약이 10.54%, 영진약품이 8.04% 상승 마감했고 코스닥시장의 경동제약과 신일제약은 일제히 가격제한폭(30%)까지 올랐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