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유모 로고' 美브랜드, 130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팬케이크 가루·시럽 브랜드 '앤트 제미마'
"흑인 사회에 5년간 60억원 기부 약속"

130년 역사의 팬케이크·시럽 브랜드 앤트제미마의 시럽./AFP연합뉴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하며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흑인 여성의 얼굴을 로고로 써온 130년 역사의 팬케이크·시럽 브랜드가 퇴출당했다.

CNN은 17일(현지시간) 펩시콜라를 생산하는 펩시코의 자회사인 퀘이커오츠컴퍼니가 ‘앤트제미마’ 브랜드와 로고를 쓰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앤트제미마는 팬케이크 가루와 시럽·아침 식사 제품 등을 생산하는 브랜드다. 퀘이커는 “인종 평등을 향한 진전을 위해 브랜드가 우리의 가치를 반영하고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는지 심각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퇴출 배경을 설명했다. 새 로고와 브랜드 명칭은 올가을께 나올 예정이다.


앤트제미마 브랜드의 기원은 노래 ‘늙은 제미마 아줌마(Old Aunt Jemima)’다. 미국에서는 지난 1800년대 후반 백인들이 흑인으로 분장해 흑인 노래를 부르는 공연인 ‘민스트럴 쇼’가 유행했는데 이 쇼에 등장한 전형적인 흑인유모(mammy·매미) 캐릭터 ‘제미마 아줌마’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매미’는 당시 미국 남부의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하는 흑인 여자를 낮잡아 부르는 표현이다.

이 로고의 모델이 된 인물도 노예로 태어났다. 퀘이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 로고가 1890년에 등장했고 실존인물인 낸시 그린을 모델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린은 노예로 태어나 작가와 요리사·활동가로 일했고 앤트제미마 모델로도 활동했다. 다만 퀘이커 홈페이지에는 그린이 노예로 태어났다는 설명이 빠져 있다.

앤트제미마 로고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계속 있었다. 리체 리처드슨 코넬대 교수는 2015년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이 브랜드의 로고가 “자신의 자녀는 소홀히 한 채 백인 주인들의 자녀를 열심히 양육하는 헌신적이고 순종적인 하인인 매미”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판을 의식한 듯 앤트제미마는 “흑인사회의 발전을 위해 의미 있고 지속적인 지원과 참여를 약속한다”며 앞으로 5년간 500만달러(약 60억7,25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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