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완전 파괴에 정세현 "김여정 일종의 악역…관계복원 여지 살려놔"

김여정(왼쪽)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연합뉴스

대표적인 통일·협상전문가로 꼽히는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이 북한의 전격적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서지 않고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나선 건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여지를 살려놓은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정 부의장은 17일 전파를 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김 부부장이 일종의 악역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 부의장은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 배경에 대해 “대북제재와 코로나19가 겹치며 올해 끝내야 하는 경제발전 목표 달성이 안되고 있다”고 말한 뒤 “김정은에 대한 내부 불만이 나오자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적대적 행동을 한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정 부의장은 이어 북한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에 병력을 다시 주둔시키겠다고 경고한 것과 관련해서는 “과거로 되돌아가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를) 다시 군사지역으로 만들 것이냐, 아니면 경제협력과 긴장 완화가 선순환하는 그런 판을 짤 것인지에 대해 남쪽에 묻는 것”이라고도 했다.

또한 정 부의장은 “경제 협력을 통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틀을 짠 것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라고 전제한 뒤 “백두혈통을 강조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정한 유훈에 가까운 일을 완전 철폐로 이어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파를 한 건 사실이지만 옆에 있는 15층짜리 건물에 방이 많다. 거기 다시 들어가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연합뉴스

아울러 정 부의장은 연일 북한의 행동과 발언 수위가 강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북한의 대남 메시지가 너무 다급한 나머지 울부짖으며 그냥 막 쏟아내는 막말이 돼 버렸다”면서 “약속한 걸 해달라고 떼쓰다가 안 되니까 집어던지고, 고함지르고 하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부의장은 “한국의 행동이 느리니 빨리 좀 움직여달라.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 이행을 위해 빨리 좀 움직여달라는 일종의 울부짖음”이라면서 “대통령은 움직이는데 참모들이 안 움직이니까 (북한이) 도대체 문재인이라는 사람까지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했다.

덧붙여 정 부의장은 “대통령은 생각하고 참모들은 행동해야 되는데, 대통령은 행동하고 참모들은 생각만 하고 있다”며 정부 각료를 향해 날선 비판을 내놨다.

정 부의장은 “문 대통령이 1월2일 ‘운신의 폭을 넓혀가며 남북 관계를 잘 해보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대통령이 그 정도 얘기했으면 (북한도) 참모들이 움직일 줄 알았을 거다. 그런데 외교부장관, 통일부장관 등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앞서 북한은 16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지난 13일 담화에서 예고한대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개보수에 약 170여억원이 투입된 연락사무소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국방부와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후 2시49분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연락사무소는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그동안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보수해 그해 9월 문을 열었다.

사무소 문을 여는데 투입된 비용은 재료비 34억9,000만원 등 모두 97억8,000만 원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를 처음 열 때 사용된 공사비 80억 원까지 포함하면 모두 177억8,000만원이 쓰인 셈이다. 북한 땅에 들어선 건물이지만 당시 건설비는 우리 쪽에서 부담했다.

연락사무소 개소 이후에는 소장회의가 매주 1회 열렸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고, 올해 1월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운영이 아예 중단됐다.

그럼에도 연락사무소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거둔 최대 성과로 자부해 온 자산이다. 김 제1부부장도 이 점을 이용해 대북전단 살포 금지를 조치를 요구해왔다. 그는 지난 4일 담화에서 연락사무소 폐쇄 등을 거론한 뒤, 이어 13일에는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남북) 공동 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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