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생활 필수품이 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약국이나 병원을 방문할 때도 꼭 착용해야 한다./사진=이미지투데이
가전 마케팅에 뜬금없이 ‘마스크’가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과 LG, 국내 양대 가전업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누구나 착용하는 마스크를 재생하는 수단으로 자사의 의류관리기를 내세웠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066570)는 자사 의류관리기 트롬 스타일러의 바이러스 제거 성능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한 결과 의류뿐 아니라 마스크의 바이러스도 99.99% 이상 제거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을 통해 실시한 시험에서 트롬 스타일러의 위생살균 바이러스 코스는 인플루엔자A·아데노·헤르페스·코로나 등 일상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거의 완전하게 없애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코스는 트루 스팀 기술을 활용해 의류 등에 붙어있는 바이러스를 99.99% 제거했다. 다만 LG전자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코로나19(COVID-19)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지 못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기에 코로나(PEDV) 바이러스를 이용해 위생살균 바이러스 코스의 효능을 실험했다”고 설명했다.
LG 트롬 스타일러/사진제공=LG전자
LG트롬 스타일러 제어버튼 부분. 이번 실험에서 바이러스 제거 기능이 입증된 위생살균 코스 버튼이 보인다./LG전자 홈페이지 캡쳐
의류관리기, 정말 코로나 바이러스를 없애줄까 |
LG전자가 실험에 활용한 코로나(PEDV) 바이러스는 돼지 유행성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알파부터 델타까지 총 4개 속으로 구분되는 코로나바이러스 가운데 알파-코로나 바이러스 속에 해당한다. 알파-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은 물론 사람에게도 전염되며 코로나19처럼 중증 폐렴은 아니지만 감기를 앓게 하는 229E·NL63 바이러스 등이 포함돼 있다. 팬데믹의 원인으로 꼽힌 코로나19는 베타-코로나 바이러스에 속한다. 사스·메르스 등도 베타-코로나 바이러스 속에 들어있다.
이처럼 속이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나온 결과임에도 이번 실험이 가전업계를 들썩인 이유는 마스크 재활용 가능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보건용 마스크인 KF94 마스크와 비말을 걸러주는 정도가 낮은 면 마스크를 스타일러에 넣었다가 뺐지만, 성능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이번 실험의 ‘핵심’이다. 위생살균 바이러스코스를 1~3회 사용해도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비율인 분진포집효율, 마스크 착용 후 숨쉬기 편한 정도인 안면부흡기저항과 같은 성능이 KF94 등급 기준을 충족했다고 LG전자는 강조하고 있다. 해당 실험은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과 함께 진행해 신뢰도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자사 의류관리기 에어드레서가 제트스팀을 활용해 의류에 붙은 각종 바이러스를 제거한다고 홍보하고 있다./삼성전자 홈페이지 캡쳐
마스크 살균 코스가 처음으로 탑재된 삼성전자 에어드레서 신제품/사진제공=삼성전자
"우리 제품도 마스크 재활용 되거든" 반격 나선 삼성 |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005930)도 의류관리기인 에어드레서가 마스크 살균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적극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트스팀을 이용한 ‘살균 코스’가 면이나 모직에 붙어있는 코로나·아데노·헤르페스 바이러스를 99.9% 제거했다고 밝히고 있다. 고려대 약학대학에서 진행된 실험 결과라고도 부연했다. 해당 코스는 세균과 집먼지 진드기, 꽃가루 등도 없앨 수 있다고 나와있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마스크 살균 코스를 도입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일 출시한 버건디 색상의 에어드레서 신제품에 탑재된 ‘마스크 살균’ 코스는 일회용 마스크(N95)나 보건용 마스크(KF94)에 묻은 대장균과 황색상구균 등의 세균을 99.9% 없앤다. 또 해당 코스를 5번 이용할 때까지는 마스크의 입자성 물질 차단 효율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해당 기능을 이용한다고 해도 입자성 물질 차단 기능이 이미 손상된 마스크를 복원할 수는 없다”며 “마스크를 사용할 때는 식약처 권고사항과 마스크 제조사의 사용상 주의사항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전제했다.
관련업계는 바이러스 제거와 마스크 위생관리를 둘러싼 양사의 마케팅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거라 전망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역 집단감염으로 속출하는 상황에서 위생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들을 단박에 끌 수 있는 이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학계나 의학계에 알려진 내용이 적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연초보다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며 “소비자가 주목하는 부분을 파고드는 것이 B2C(법인 대 소비자) 마케팅의 기본인 만큼, 개인 위생에 도움이 되는 기능을 부각하는 마케팅 전략은 계속해서 유효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