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서 분리된 고려 벽화, 이제야 제모습 찾는다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
일제 때 벽에서 분리돼 6폭 나뉘어
문화재청 7년 프로젝트로 복원

영주 부석사 성보박물관이 소장중인 국보 제46호 부석사 조사당 벽화의 현재 모습. 벽에서 분리돼 6폭으로 나뉘어 있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하고 고려 중기 최고의 목조 건축물로 꼽히는 부석사는 국보만 5점 이상을 소장한 문화재의 보고다. 그 중 국보 제46호로 지정된 ‘부석사 조사당 벽화’는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사찰벽화다.

조사당은 우리나라에서 화엄종을 처음 시작한 의상대사(625~702)의 초상을 모신 곳으로 그 자체가 국보 제19호로 지정돼 있다. 조사당 안쪽의 목재 골조 위에 조성된 흙벽에 그려진 벽화는 건립 당시인 1377년(고려 우왕 3년)에 그려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643년 가량 된 이 벽화에는 불교의 수호신인 제석천(帝釋天)과 동서남북을 지키는 사천왕(四天王), 부처님을 양옆에서 모시는 범천(梵天)이 6폭에 걸쳐 그려져 있다.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이 벽화가 일제강점기인 1916년 경에 조사당에서 해체·분리됐다. 6폭의 벽화는 각각 벽체 뒷면 일부가 제거된 채 석고에 얹혀 나무보호틀에 담겼다. 벽화의 시련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표면이 갈라졌고 균열부위는 석고로 보존처리 됐다. 벽에 다시 붙이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터라 한동안 부석사 무량수전(국보 제18호)과 보장각에 보관됐던 벽화는 현재 성보박물관이 보관중이다.


이 부석사 조사당 벽화가 제자리를 찾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이 벽화의 보존처리에 착수한다고 18일 밝혔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오는 2026년까지 7년간 부석사 조사당 벽화 복원작업을 진행한다. /사진제공=문화재청

벽화의 현재 상태는 일제강점기에 사용된 보존처리 재료인 석고로 인해 백색 오염이 벽화면 전반에 나타나고 있다. 과거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 때문에 물감층이 벗겨지고 긁혀있는 등 표면 오염도 확인됐다. 벽화가 벽에서 분리되기 전부터 가로방향 균열이 발생했기에 이를 석고로 보강한 부분도 추가 균열이 발생해 구조적 손상이 심각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실시한 국가지정문화재 정기조사에서 벽화의 보존처리 필요성이 제기됐고, 올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치면서 전면 보존처리가 결정됐다”면서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는 6월 2일부터 벽화 표면 보양작업을 시작해 벽화 6점을 포장했고 17일과 18일 양일에 거쳐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로 운송했다”고 설명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측 관계자는 “먼저 벽화의 상태를 정밀진단하고 비파괴 구조진단을 시행해 손상 진행 현황과 그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과거의 보수재료들을 일부 제거하고, 벽화를 재처리하기 위한 재료 연구와 보존처리를 함께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고려 후기 벽체의 구조와 벽화 제작기법에 대한 연구도 진행될 전망이다. 연구소는 오는 2026년까지 7년간 보존처리와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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