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일서 2,400억 유치...KB금융 재평가 받나

亞역내 펀드통해 교환사채 인수
향후 KB금융 주주로 참여 가능
칼라일, 국내 금융그룹 투자는
2000년 한미銀 인수후 20년만


KB금융그룹이 세계 3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칼라일그룹으로부터 2,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칼라일이 국내 금융그룹에 투자한 것은 지난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후 꼭 20년 만이다. 칼라일은 KB금융이 발행하는 교환사채(EB)를 인수한 뒤 추후 KB금융의 소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금융그룹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금융주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KB금융의 가치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B금융그룹은 18일 칼라일과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투자규모는 2,400억원으로 추후 칼라일이 KB금융의 주요 주주로 참여하는 구조다.

우선 칼라일은 아시아 역내 바이아웃펀드인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V’를 통해 KB금융이 발행하는 2,400억원 규모의 EB를 인수한다. 교환 대상은 KB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500만주다. 교환가액은 4만8,000원으로, 칼라일은 오는 8월29일부터 2025년 6월까지 교환 청구를 할 수 있다. EB는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을 일정 기간 경과 후 발행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와 다른 회사의 유가증권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칼라일이 한미은행을 인수한 후 20년 만에 금융사에 투자를 진행한 데는 국내 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의 기대치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저평가 상태에 놓인 금융주의 상승 매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이번 협약에서는 KB금융이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는 그만큼 칼라일이 KB금융의 주가 상승을 확신한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KB금융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5만800원을 찍었다가 코로나19로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2만5,000원선까지 빠졌다. 최근 3만5,000원선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는 게 중론이다.

김종윤 칼라일 아시아 파트너스 한국총괄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KB금융은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며 “안정적 성장, 견고한 관리 역량, 높은 신뢰도를 확보하고 있는 KB금융은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 하강 국면하에서도 우수한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양사는 이번 제휴를 통해 국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신규 투자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상호 협력해나갈 방침이다. 칼라일의 국내외 투자와 관련해 KB금융의 구조화 금융과 자금조달 지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특히 양측은 보험업 분야에서 협력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은 지난해 11월 미국 AIG그룹으로부터 공동 재보험사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고 최근 국내 보험사들과 공동 재보험 관련 협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보험계열사인 KB생명·KB손해보험을 보유한 데 이어 최근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글로벌 선도 투자 기업인 칼라일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의 새로운 투자기회 발굴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 창출과 함께 KB 글로벌 부문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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