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대만 전자업체인 치메이실업의 중국 저장성 공장에 세무·환경 등 10여개 기관의 담당자들이 들이닥쳤다. 당국은 일주일에 걸쳐 구석구석을 뒤졌고 회사 측은 경영에 큰 차질을 빚어야 했다. 인민일보는 치메이의 쉬원룽 회장을 겨냥해 ‘뻔뻔스러운 반(反)중국 고집쟁이’라는 비판 사설까지 썼다. 그가 대만 독립을 주장한 천수이볜 당시 총통의 정치적 후원자로 활동한 데 따른 보복조치였다. 쉬 회장은 결국 회사를 지키기 위해 현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주변국과 마찰이 있을 때마다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펼쳐왔다.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만나자 중국은 프랑스의 에어버스 구매계약을 취소했다. 달라이 라마를 만난 나라는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30%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금지한 것이나 필리핀산 바나나 검역을 강화한 것도 대표적 사례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보복을 당한 한국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정치·외교·군사적 갈등을 이유로 해당 국가에 경제보복을 가하는 중국의 행태를 빗대 ‘차이나 불링(China Bullying)’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중국이 늑대처럼 호전적인 외교 활동을 펼친다며 ‘전랑(戰狼)외교’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전랑’은 2015년 중국에서 만든 액션 영화로 특수부대가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악당을 물리친다는 영웅담을 그렸다. 최근 중국 외교관들이 자국 비판에 맞서 고압적 자세로 일관해 세계 각국과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호주가 ‘차이나 불링’의 타깃으로 내몰려 수난을 겪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기원을 둘러싼 논쟁에서 미국 편을 드는 호주를 겨냥해 쇠고기 수입 중단과 고율 관세 등의 보복 조치를 취했다. 중국이 일방주의에 빠져 골목대장식 힘자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국격이 추락할 뿐 아니라 거센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