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사진제공=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다음 주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지난달 만나 미래 배터리 기술을 논의한 데 이어 또 다시 총수 간 ‘배터리 회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글로벌 배터리 공급부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협업을 챙기는 행보라는 분석이다.18일 재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오는 22일 오전 충북 청주시 LG화학(051910) 오창1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을 방문해 LG화학 배터리 기술과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LG화학은 현대차(005380)그룹의 전기차 핵심 파트너로, 2022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해 양산하는 순수 전기차의 배터리 공급업체로도 선정된 바 있다. 공급 금액은 수조원대에 이른다.
지난달 13일 정 수석부회장은 삼성SDI 천안사업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기술 현황을 논의했다. 한 달 여 만에 구 회장과 만나는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4대 그룹의 전기차 협업이 강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조만간 또 다른 배터리 협력사인 SK이노베이션을 찾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경우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국내 4대 그룹 간 배터리 협업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기업 간 전기차·배터리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사진제공=LG그룹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르면 내년 또는 내후년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배터리 공급부족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다. 최근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는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 회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보조금이 전기차 구매 진작 위주로 쏠리면서 전기차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공급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차와 같은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업체를 선점해야 할 필요성이 자연스레 제기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국내 배터리 업체를 연이어 방문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기아차(000270)는 지난 1·4분기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4위에 오르며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도 선도 업체로 발돋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1차 배터리 공급사에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데 이어 지난달 말 2차 공급사로는 LG화학을 선정했다. 공급선 다변화와 안정성을 골고루 고려한 결과다. 여기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과의 회동으로 그동안 관계가 비교적 적던 삼성SDI와의 거래까지 현실화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협업과 배터리 다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