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로고./로이터연합뉴스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광고를 삭제했다. 인종차별을 자행했던 독일 나치가 사용한 문양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조직화한 증오를 금지하는 우리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들 포스트와 광고를 삭제했다”며 “우리는 비판이나 토론 등 맥락 없이 단순히 정치범을 식별하기 위해 증오 단체(타 인종·성·종교 집단에 대한 폭력·증오를 옹호하는 사회단체)의 상징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캠프인 ‘팀 트럼프’는 전날 페이스북에 극좌 단체 ‘안티파(antifa·반파시스트)’와 극좌 진영을 공격하는 온라인 선거 광고를 수차례 올렸다. 안티파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에서 계속되는 인종 차별 철폐 시위에서 폭동과 약탈의 배후로 지목한 집단이다.
나치가 사용한 문양이 포함돼 논란이 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캠프의 선거 광고./워싱턴포스트(WP)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광고에 사용된 문양이다. 팀 트럼프가 올린 광고 중 하나에는 거꾸로 뒤집힌 빨간 삼각형 문양이 들어있는데 독일 나치는 한때 집단수용소의 정치범들을 지목하기 위해 이 문양을 사용했다. 광고에는 문양과 함께 ‘안티파는 이제 그만(Stop Antifa)’라는 구호가 포함됐다. 이어 “극좌 진영의 위험한 조직폭력배(Mobs)들이 우리 거리를 가로질러 뛰어다니며 완전히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우리 도시를 파괴하고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완전한 광기”라고 적혀있다. 이 광고는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페이스북에도 게시됐다.
미국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反)명예훼손연맹(ADL)은 이 삼각형이 “사실상 나치 정권이 집단수용소의 정치범을 분류하기 위해 썼던 것과 같다”고 밝혔다. 조너선 그린블랫 ADL 대표는 “우리는 트럼프 선거 캠프가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고 역사적 맥락을 숙지할 것을 요청한다”며 “무지는 증오의 상징을 전용한 데 대한 변명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했다. 팀 머토 트럼프 재선캠프 커뮤니케이션 국장은 성명을 통해 붉은 삼각형은 안티파가 사용하는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페이스북은 여전히 빨간색 역삼각형 이모티콘을 사용 중인데, (이는 문제화하지 않고) 광고만 표적으로 삼을지 궁금하다”며 반문했다. 또한 “ADL이 가지고 있는 증오 상징 데이터베이스에도 해당 문양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안티파가 쓰는 상징은 원으로 둘러싸인 검은색과 빨간색의 깃발 2개라며 문제가 된 문양과는 확실하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