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핸들링이 나를 감싸네...제주·서울서 자율주행차 타봤다[권경원의 유브갓테크]

[권경원의 유브갓테크]
쏘카·라이드플럭스의 제주 자율주행차
차선 6개 변경부터 유턴까지 부드럽게
서울 상암선 여러 스타트업 자율주행차 시민도 탑승 가능

# 제주공항을 벗어나 시내로 진입하는 길. 승용차가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1차선에서부터 6차선까지 서서히 차로를 바꾼다. 주변을 지나치는 다른 차들을 실시간으로 인지하며 한 차선 한 차선씩 자연스럽게 진입하자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꽉 쥐고 있던 손의 힘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잔뜩 긴장하며 차에 오르던 첫 모습과는 달리 불과 1분여도 채 지나지 않아 자율주행차의 운전 실력에 감탄사가 나왔다.

쏘카와 라이드플럭스가 손을 잡고 제주에서 시범 운행 중인 자율주행차 외관./제주=권경원기자

자율주행차는 전통적인 완성차 업계부터 구글·우버 등 정보기술(IT) 업계까지 앞다퉈 개발에 나서고 있는 영역이다. 누군가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누군가는 또 다른 위험 요인이 생겨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자율주행차가 이미 일상 속으로 한 발자국씩 들어오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서비스 실증이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차량공유업체 쏘카와 자율주행기술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가 손을 잡고 시작한 자율주행 셔틀은 제주도의 실제 도로에서 다른 일반 차들과 뒤섞여 달리고 있다. 서울 상암에서도 여러 스타트업들이 자율주행차량을 시범 운행하고 있다. 제주에서, 그리고 서울에서 자율주행차라는 ‘미래’를 직접 타봤다.

맑은 날에도 비오는 날에도 제주를 달린다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 셔틀은 제주공항~제주 쏘카스테이션 왕복 5㎞ 구간을 끊임없이 달리고 있다. 매일 편도 35회씩 달리다 보니 어느덧 2,500회(6월12일 기준)의 운행 데이터가 쌓였다. 지난달 18일부터는 쏘카를 이용하는 일반 승객을 태우기 시작해 130여명 이상이 자율주행차를 경험했다.

실제로 제주공항 쏘카 셔틀버스 탑승 구역에서 자율주행차를 신청하니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전기차가 다가왔다. 차에 장착된 카메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라이드플럭스 관계자는 “라이다(LiDAR)와 레이더·카메라 등 센서를 통해 차 주변에 존재하는 다른 차·보행자 등부터 잠정적인 위험 영역까지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드플럭스의 자율주행차 운전석에 앉아 있는 세이프티 드라이버가 핸들을 잡고 있지 않지만 스스로 도로 상황과 교통 신호를 인지해 제주 도로를 달리고 있다./제주=권경원기자

뒷좌석에 탑승하자 자율주행차는 서서히 속도를 높여 시속 20~60㎞ 사이로 주행하기 시작했다. 다른 차량을 피해 차선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신호에 맞춰 횡단보도 정지선에 정확히 서고 교차로에서도 우회전·좌회전을 했다. 안전을 위해 ‘세이프티 드라이버’ 2명이 앞좌석에 앉아 있었지만 개입할 만한 위험 상황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핸들이 혼자서 자유자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해리포터 뺨치는 마법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특히 제주 쏘카스테이션에서 제주공항으로 다시 돌아갈 때는 핸들이 한 바퀴 반 빙글빙글 돌며 유턴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주행을 위해서는 인지→예측→계획→제어의 과정이 필요하다. 라이다 등의 센서로 주변 상황을 인식한 뒤 이 물체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을 하고 차의 움직임을 결정해 그대로 운행하는 것이다.

라이드플럭스는 “고정밀지도, 학습 데이터 가공, 시뮬레이터 등이 자율주행을 위해 필요하다”며 “모든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규정 속도와 규칙을 지키며 운전하는 자율주행차 내부에서 편안한 승차감을 즐기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갑자기 끼어드는 옆 차 등 돌발변수까지 대응할 수 있을까.


돌발변수에도 사고를 내지 않고 운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로컬데이터’다. 제주의 도로·기후 특성과 운전습관 등 해당 지역만의 고유한 데이터가 쌓일수록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

라이드플럭스는 “운행 지역에서의 수많은 주행을 통해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야 탑승객에게 만족감을 주면서도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장마로 인해 물이 고인 도로에서 주행하며 악천후에서의 데이터까지 쌓고 있다.

복잡한 서울 도심을 달린다
서울에도 상암 일대 3.3㎞를 도는 자율주행차가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상암에 자율주행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자율주행차량의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부터는 시민들도 상암 실제 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차를 직접 타볼 수 있도록 했다.

평일 오전10시,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인근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랩(SML)·오토모스의 11인승 자율주행 셔틀버스를 탔다. SML은 자율주행차를 제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역할을, 오토모스는 이 차를 운행하며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서울 상암에서 SML과 오토모스가 운행하고 있는 자율주행 셔틀버스. 인도 옆 차선에 파란색 실선이 자율주행구간을 표시하고 있다./권경원기자

오토모스 관계자는 “주행 데이터가 매일 쌓이면 이를 분석하고 문제점 등을 파악한다”며 “초창기에는 차선 변경이 안 되는 문제 등이 있었지만 점점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같은 성능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SML과 오토모스는 지난해 12월부터 하루에 12~18번씩 상암 테스트베드 지역을 운행하고 있다.

SML과 오토모스의 자율주행차량이 서울 상암 일대 3.3㎞를 이동하고 있다./권경원기자

자율주행차가 이동하는 차로는 파란색 실선이 그어져 있었다. 이 선을 따라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주변의 상암 일대를 한 바퀴 도는 경로다. 다만 자율주행구간이 인도 바로 옆 차선을 따라 형성돼 있다 보니 짐을 내리는 배달 트럭이나 손님을 태우는 택시 등이 곳곳에 정차해 있었다. 이 경우 자율주행차는 숨을 고르듯 잠시 멈춘 뒤 옆 차선으로 진입해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많은 차량이 달리는 서울 도심에서 혹여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과적으로 기우였다. 고개를 높이 들어 불안한 눈빛으로 옆 차선을 바라본 것이 무색할 만큼 자연스럽게 차선 변경을 했다.

상암에서는 SML·오토모스 이외에 스프링클라우드·언맨드솔루션도 자율주행 시험 주행을 하고 있다.

다가온 미래, 자율주행차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우리 삶은 어떻게 바뀌게 될까. 매일 아침 출근길에 운전을 하는 대신 자율주행차를 집 앞으로 호출해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동안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라이드플럭스는 “최종 목표는 이동이 스트레스보다는 개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순간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라며 “안전한 도로, 더 나은 교통수단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서울 상암에서 시민들이 타볼 수 있도록 운행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량들./권경원기자

이를 위해 라이드플럭스는 올해 제주공항~제주 쏘카스테이션 구간을 넘어 더 넓은 범위를 자율주행차가 다닐 수 있도록 확대할 계획이다. 차종도 현재 승용차 이외에 많은 인원과 짐을 옮길 수 있는 미니밴으로 넓힐 예정이다. 제주 중심가 도로와 해안도로·산간도로 곳곳에서 자율주행차가 오가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듯싶다.
/제주=권경원기자 na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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